▲상속의 3가지 형태
김용국
그래서 상속에는 상속받을 권리·의무와 함께 상속 자체를 포기할 자유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상속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상속을 받느냐, 마느냐로 나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3가지 길이 있습니다. 즉 ① 상속을 받느냐(단순승인), ② 상속을 받지 않느냐(상속포기), ③ 상속을 받되 채무는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부담하느냐(한정승인), 이렇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단순승인입니다. 말이 어려운데 그냥 상속을 받는 것입니다. 사망한 사람(피상속인)의 재산과 빚을 아무런 조건이나 제한없이 받는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상속의 형태를 말합니다.
단순승인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상속재산을 자기 재산처럼 사용하거나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3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상속이 됩니다. 고인 명의의 부동산에 상속등기를 하거나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간단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재산뿐만 아니라 빚도 그대로 상속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법은 상속인에게 선택할 기회를 줍니다. 3개월이라는 '고려기간'동안 상속 재산이 얼마인지 빚이 얼마인지 알아보고 상속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는 말이지요.
3개월의 기산점은 언제일까요. 바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인데 피상속인의 사망과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게 된 날로 해석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일반적인 경우라면 고인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둘째, 상속재산보다 빚이 많은 것이 확실하다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내 상속포기를 해야 합니다. 상속포기란 상속재산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상속포기를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상태가 됩니다. 만일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이 있다면 그에게 다시 상속재산과 채무가 돌아갑니다.
마지막으로 상속받을 재산과 채무 중 어느 것이 많은지 불분명할 때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을 받되, 채무는 상속 재산 범위안에서만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상속인에게 가장 유리한 절차입니다. 이것도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3개월 내에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단순승인을 한 뒤에 뒤늦게 채무자가 나타나 상속인과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는 일이 잦게 되자 법으로 한정승인 신청 기준 시점을 한 가지 추가했습니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한정승인은 ▲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또는 ▲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알지 못한 경우에는 초과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은 상속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포기건 한정승인이건 최대한 빨리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한정승인은 상속포기보다 절차가 복잡합니다. 법원에 상속재산목록과 함께 한정승인 청구해서 법원이 한정승인을 받아주면, 상속인은 5일 안에 신문에 공고를 내야 합니다. 이 공고를 통해 상속채권자(고인에게 돈을 받을 사람) 등에게 한정승인받은 사실과 일정한 기간 내에 채권을 신고하라고 알려야 합니다.
상속인들은 신고한 채권자들에게 상속재산으로 채무를 변제해야 합니다. 만일 재산이 부족하면 금액 비율에 따라 똑같이 나뉘야 합니다. 만약 신문 공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채무 변제를 잘못해서 손해를 본 채권자가 있다면 상속인이 손해를 배상해주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정승인은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에 빚이 많은 것이 확실하다면 상속포기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드시 유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받더라도 상속재산을 함부로 처분하거나 몰래 빼돌렸다가 채권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빚까지 모조리 책임져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상속재산과 채무 중에서 재산이 확실히 많다면 단순승인을, 채무가 확실히 많다면 상속포기를, 빚과 재산이 비슷하다면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빚과 재산이 비슷하다면 한정승인이 바람직 글이 길어졌습니다. 정은교씨에게 조언을 드리면서 마칠까 합니다. 정씨는 두말할 것 없이 상속을 포기해야 합니다. 다만 남편이 사망한 지 3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상속을 받게 되니 서둘러 법원에 서류를 내셔야 하겠습니다.
상속포기는 정은교씨와 아들 두 사람 명의로는 반드시 해야 하고, 남편의 부모형제나 4촌까지도 상속포기를 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상속포기는 포기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고, 나머지 상속인에게는 상속이 진행됩니다. 최종적으로 4촌까지 이어지게 됩니다(상속인의 범위와 순위에 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도 상속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소개할 사연은 두 아이를 두고 아내가 사망했는데 남편과 아이들, 장인, 장모 중 누가 상속을 받게 되는지, 상속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혼없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이도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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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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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남편,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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