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출생지로 추정되는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세워진 제석사
정만진
1600년대 초, 경산의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불상과 탑신을 발견했다. 절터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후 1625년, 유찬(維贊)은 이곳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 226-1번지를 원효의 출생지로 믿으며 제석사(帝釋寺)를 세웠다.
뒷날 고려의 의천(義天, 1055∼1101)은 '원효 이상의 선철(先哲)은 없다. 오직 용수(龍壽)와 마명(馬鳴)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용수와 마명은 기원전 2~3세기 무렵 대승불교를 개척한 이들이다. 석가모니 열반 이후 갈라져 싸우기만 하던 소승(小乘, 출가자만 탈 수 있는 작은 수레)불교를 배척하고, 승려가 아닌 대중들도 누구든 깨우쳐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이 대승(大乘, 누구나 탈 수 있는 큰 수레)불교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승불교의 상징은 단연 성사(聖師) 원효 스님이다. 원효는 가난한 민중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었다. 술을 마시며 거리를 떠돌았고, '一切無㝵人 一道出生死'이란 내용의 <무애가>를 지어 세상에 퍼뜨리며 불교를 전파했다. '세상에 연연하지 말라,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으니 원효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신라 불교를 서민 대중에게 선사한 위대한 승려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