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며 버스 안에서 본 북한
신은미
베이징에 도착한 우리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일행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옌지(연길)로 가는 차이나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옌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고속도로를 달려 북-중 국경지대로 향했다.
중국 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우리 부부는 북한에서 운영하는 버스로 두만강 다리를 건너 원정리 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북측 안내원이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입국사무소에서 간단한 짐 검사를 받은 뒤 작은 승합차를 타고 라진-선봉으로 향했다.
평양과는 달리 남자 안내원 한 사람만이 운전기사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안내원의 이름은 문호영, 나이는 25세란다. 억양이 평양말과는 달랐다. 이곳이 함경북도니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있는 듯했다. 문호영 안내원은 자신이 평양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평양말을 한다고는 했지만, 내 귀에는 뭔가 다른 억양이 뚜렷하게 들렸다. 물론 알아듣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오히려 한반도 끝자락에서 아무런 불편함 없이 우리말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우리가 라진-선봉을 '자유무역지대'라고 부르자 문호영 안내원은 "명칭이 바뀌어 '라선경제특구'가 됐다"며 정정해줬다. 이곳은 북한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입국 비자가 필요 없었다. 우리는 연길에 있는 크라훈(krahun.com)이라는 관광회사를 통해 이곳에 들어오게 됐는데, 미국서 의뢰할 때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관광회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서류 절차를 마쳤다. 아무리 자유무역지대라고 해도 그렇지 소위 '폐쇄적'이라고 알려진 북한에 비자도 없이 입국할 수 있다니... 조금은 놀라웠다. 혹시나 해서 한국 국적의 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국적 소지자를 제외한 모든 나라 사람들이 출입 가능하다'고 한다. 그 점은 평양과 마찬가지였다.
라선(라진-선봉)으로 가는 도로는 비포장도로.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 우리를 태운 승합차는 느린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많은 것을 천천히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되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호영 안내원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중국과 라선을 연결하는 포장도로를 중국 측에서 건설하고 있는데, 곧 한두 달 내로 완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화물 트럭과 승용차들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개인 차량을 끌고 출입할 수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마치 북한과 중국이 한 나라가 돼 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세상에, 두만강이 이렇게 좁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