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보도 영상 부문 조직개편을 단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민주의 터'에서 조직개편에 항의의 의미로 삭발한 카메라 기자들과 조합원들이 보복인사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성호
"우리는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으나 실패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발생한 느리고, 반복적이며 알려지지 않은 고칠 수도 없는 이 아수라장의 공범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언론산업의 리더로서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고,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미국 정치구조의 변형을 보도하지 못한 실수를 범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언론노조 MBC지부(MBC 노조)의 파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들이 비록 제작 거부를 풀고 현업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파업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측과의 아무런 협상이나 협의 없는 복귀는, 다만 파업의 형태를 바꾼 것일 뿐이다. 물론 제작 거부란 파업이 갖는 가장 상징적이며, 실질적인 싸움의 방식이다. 그럼에도 MBC 노조는 가장 절정의 시기에, 가장 많은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가 조합원들의 참여가 만들어진 시기에 업무에 복귀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총선 패배 이후 현업 복귀까지현업 복귀 결정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MBC 노조를 비난하고, 우려하고, 걱정했다. 유래 없이 긴 파업 기간과, 또한 유래 없이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공정방송'이라는 기치를 건 '불법 파업'을 진행하던 MBC 노조였다. 그들은 왜 격정적인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면서, 또 사측이 그러한 상황을 얼마나 활용할지 예상하면서, 현업에 복귀하는 조합원들이 받게 될 핍박과 보복을 감수하며 전략을 수정한 것일까. MBC 노조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 변화는 기실 지난 총선 패배에서 비롯했으리라는 건 그리 어려운 추측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김재철로 상징되는 언론장악과 공정방송 훼손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야권의 총선 승리와 방문진 이사진의 교체가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비록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현 여권이 승리했고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김재철과, 김재철의 MBC가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MBC 노조로서는 그리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사람들로서는 무척 절망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파업 기간 내내 얻은 시민 지지와 김재철 개인의 비리들이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다소나마 상황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계산이 복잡해진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조를 지지한다는 것도 부담이지만, 파업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김재철이라는 인물이 MBC 사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조의 입장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빠져나와 '선 복귀 후 김재철 사임'이라는 효과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또 다른 김재철로 대체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