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20% 초반대로 1위를, 오사카 유신회가 2위, 민주당은 10% 초반대로 3위다. 집권당이 1위는커녕, 지역 정치단체인 오사카유신회에 밀려 2위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사회의 보수화 흐름 속에 창당 산파인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의 탈당과 소비세 인상문제로, 민주당은 선거가 있을 경우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오사카 유신회를 이끌면서 차기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는 인기정치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은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불법상륙"이라면서 일본의 강경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확실한 보수인 자민당에 비해 리버럴 성격이 강한 민주당과 노다 총리가 이 국면에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노다 총리의 서한을 반송하려는 한국 외교관을 외무성 건물에도 들여놓지 않고 경비원들을 시켜 돌려보낸 장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함께 20%수준의 바닥지지율인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가 치고 받으면서 서로에게 특별하게 거센 양국의 민족주의 감정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측의 갈등은 '말의 전쟁'뿐이다. 한국은 독도 방파제와 종합해양과학기지건설사업을 보류했고, 일본은 한일간 통화 스와프백지화와 한국 국채 매입 계획 유보 등을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검토' 수준이며 실제로 실행한다 해도 큰 타격이 될 만한 조치들은 아니다.
2006년 일본 해양탐사선 '당파' 대응으로 일촉즉발 위기반면 양국의 물리적인 충돌로 연결될 수 있는 해양탐사선 파견 등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4월에는 양국 정부 함선이 직접 충돌할 뻔 했었다. 노무현 정부가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동해바다 해저지명의 국제수로기구 등재를 시도하자, 1990년대 후반부터 배타적 경제수역 기점을 독도로 선언한 일본은 독도 주변 해양조사를 하겠다며 해양보안청 소속 해양탐사선 두 척을 독도로 출항시켰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탐사선이 독도에 오면 당파(배로 밀어 깨뜨리는 것)하라고 지시했다. 양국 외교차관 회담을 통해 일본이 탐사계획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양국간 역사적 견해차를 부활시키고 국수주의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지난 15일 교수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리처드 전국무부부장관과 하버드대교수가 공동집필한 '미-일 동맹보고서'에서 한 충고다. 한국이 일본에게 입었던 역사적 상처를 외면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했던 양국 지도자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껏 깊어진 감정의 골은 과거사 문제를 핵심으로 한 한일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한일간의 '적대적 제휴'는 단기간의 국내 정치적 효과를 보고있는 것 같지만, 한계 효용법칙이 곧 나타날 것이다. 암울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우려섞인 진단이다. 그런데 문제는, 더 정확하게 표현해서 약이 오르는 점은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는 쏙 빠지고 차기 정부와 양국 국민들만 그 '암울한 결과'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6개월뒤 퇴임이 예정돼 있고, 노다 총리도 총리 자리를 그리 오래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일관계사 최대의 '먹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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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고마운 MB와 노다 총리, '먹튀'로 기록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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