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TV+ 셋톱박스와 리모컨
다음
"TV는 바보상자일 때 가장 아름답다."
지난 25일 '오마이포럼2012'에서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부문 이사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스마트TV나 3DTV 같은 최신 제품을 볼 때마다 기존 TV와 PC를 뛰어넘는 특별한 뭔가를 찾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출시 당시 '포털이 만든 TV'로 관심을 모은 '다음TV+' 역시 일반TV를 인터넷과 연결해 주는 '스마트TV 셋톱박스'다. '애플TV'를 연상시키는 가로 세로 높이 10cm짜리 검은색 네모 상자부터 평범해 보이지 않다. 대체 다음TV+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지난 6월 초부터 두 달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 '수수께끼 상자'에 있는 것 4가지와 없는 것 4가지를 나름 찾아봤다.
[#1 콘텐츠] <뽀로로>는 있다 vs. <개그콘서트>는 없다설치 기사가 방문하긴 했지만 작업은 비교적 간단했다. 디지털TV와 초고속인터넷 라인만 있으면 직접 연결하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다음TV+' 로고가 뜨는 데 1분 남짓 걸렸다. 메뉴는 단순했다. '실시간TV', '키즈', '스포츠', '동영상', '앱스', '인터넷'. 대부분 원하는 동영상을 골라볼 수 있는 'VOD(비디오 온 디맨드)' 서비스였다.
첫인상은 'EBS 보물 창고'였다. <개구쟁이 뽀로로><로보카 폴리><꼬마버스 타요> 등 우리 꼬마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해 <지식채널e><다큐프라임><달라졌어요> 등 다큐멘터리까지 온통 EBS 프로그램이었다. 이밖에 디즈니 채널이나 KBS <안녕하세요><톱밴드2> 같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국 대부분 '포털 다음'과 제휴를 맺은 방송사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것이다. <유로2012> 하이라이트 같은 스포츠 동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덕분에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다양한 최신 프로그램을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약점도 있었다. 기존 IPTV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KBS <개그콘서트><1박2일>, MBC <무한도전>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이나 SBS <추적자> 같은 최신 드라마 VOD도 볼 수 없다. <뽀로로> 역시 현재 시즌4까지 나왔지만 다음TV+에선 시즌2까지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콘텐츠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만, 다음TV+가 다음의 '플러스알파'인 상황에서 기존 유료방송 VOD 서비스에 견줄 만한 독자적 방송 콘텐츠 확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주말 놓친 <개콘>을 보려면 IPTV나 케이블TV 같은 유료 방송에 따로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까지 지상파방송만 고집해온 우리 가족에게 이 '네모상자'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매일 저녁 <뽀로로><닌자고> 보여 달라는 아이들 성화에 저녁뉴스 시청권까지 빼앗겼으니 말이다.
[#2 멀티태스킹] '만능 리모컨'은 있다 vs. '컴퓨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