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진>의 홍영래(박민영 분).
MBC
19세기에 환생한 대한민국 의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닥터 진>에서, 주인공 진혁(송승헌 분)은 낯선 19세기 세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진혁을 괴물 취급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의 진심과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진혁은 어느새 활인서(서민 의료원) 의사에서 내의원(궁궐 병원) 의사로 성장했다.
진혁의 성장과 함께하는 여인이 있다. 21세기 세상에서 진혁의 애인이었던 홍영래(박민영 분). 몰락한 양반집 딸인 영래는 처음부터 왠지 진혁에게 이끌려 이 남자와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방송분에서 정식으로 내의원 의사가 되기까지, 영래는 비공식적으로 진혁을 돕는 역할을 했다. 진혁이 활인서에 근무할 때도, 내의원에 들어간 뒤에도 영래는 비공식적인 도우미였다.
"내의원 의사가 되기까지 홍영래가 수행한 역할은 오늘날의 어떤 직업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모든 사람들은 "간호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맞는 대답이다. 하지만, 100% 정답은 아니다.
전문직이라는 것은 19세기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에서 낯선 개념이었다. 19세기까지는 하나의 직업에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여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군주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흔히들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제정일치가 붕괴되었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20세기 초반까지도 동아시아 군주는 제사장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의 종묘(국가 사당)에서 군주는 국가를 대표하여 제사를 올렸다. 오늘날 식으로 말하면, 대통령과 교주를 겸했던 것이다.
역할의 모호성은 군주뿐만 아니라 의녀 같은 서민층 직업에서도 나타났다. 간호사에게 행정 사무를 맡기는 병원들도 있지만, 오늘날의 간호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를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의녀는 그렇지 않았다. 간호사 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그것만 담당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 창덕궁에 성정각이란 전각이 있다. 성정각 맞은편에 작은 건물이 있다. 조화어약(調和御藥, 임금의 약을 조절) 및 보호성궁(保護聖躬, 임금의 옥체를 보호)이란 현판이 걸린 건물이다. 한때 내의원 부속 건물로 사용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