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천장 환기창 팬에서 떨어진 새끼 새 한 마리.
엄을순
그래서 말을 걸었다. 내 입술을 가능한 만큼 뒤집으며 '째액째액' 했다. (엄마새들이 아기새 먹이줄 때 그러지 않더냐.) 그 소리에 눈을 뜨더니 대답을 한다. '째액' 마지못해 따라한다. 또 했다. '째액째액'. 또 따라한다. '째액째액'. 여러 번을 반복하니 계속 따라한다. 2~3분쯤 계속 시키니 정신이 돌아오는지 똘똘하게 부리를 벌려 대답한다.
'째액째액'.'아차! 배고프고 목마르겠다.' 걔를 수건으로 감싸 안고 한 손으로는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잡아서 새끼 앞에 놓아줬다. 안 먹는다. 물도 떠다 먹이니 안 먹는다. 할 수 없이 걔와 나, 우리 둘은 이해하지도 못하는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내가 먼저 '째액째액' 걔도 '째액째액'. 잠시 후 머리 위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울면서 날아갔다. 새끼새가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영락없이 '엄마인가'하는 묘한 표정이다.
그 새가 머리 위에서 계속 왔다갔다 정신없이 날아다니기에 새끼새를 손에 쥐고 날아가는 새의 뒤를 쫓았다. 아뿔사… 목욕탕과 연결된 환기창 뒤쪽 환기구멍에 그 새가 멈춰 서서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얘 엄마다.'
그 옆에 크기는 조금 큰 듯하고 꼬리 깃털 빛이 약간 다른 새 한 마리도 이쪽을 쳐다보고 울고 있다. 부부가 합창을 하며 '우리 새끼 내놓으세요'한다. 수건으로 감싼 새끼 새를 살며시 그들 앞에 놓아주고는 얼른 집으로 들어왔다.
몸을 숨기고는 방 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바라봤다. 아직 날 줄 모르는 새끼새는 조금씩 점프를 해가며 엄마 아빠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그 엄마 아빠는 하늘에서 좌우로 날아다니며 방향을 유도하고. 잠시 후. 온 식구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새끼새는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리라. 앞으로 엄마 아빠는 먹을 것이며 새 집 장만이며 무척이나 바쁘겠다. '잘 살아라, 이것들아.' 집 지으며 환풍기 밖 구멍을 막지 않은 게 탈이었다. 새들이 집지을 곳을 찾다가 아늑하다 싶어 그곳을 선택했나 보다. 언제 날을 잡아서 양파망을 찢어 끈으로 묶어 막아야겠다. 또 새가 그 곳에 집을 짓고 알을 까면 매번 이 짓을 또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지, 이 참에 환기통을 아예 산후조리원으로 써버릴까 보다. 그래, 목욕탕 환기구는 사용 말자. 창문이 있으니 창문 열고 살자.'
'더불어 숲'에서 동물들과 함께 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