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의 김경손(김철기 분).
MBC
지난 28, 29일에 방영된 MBC 드라마 <무신>에서도 김경손 특공대의 활약상이 묘사됐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역사적 사실들을 차근차근 따져보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수긍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 역사 속의 군대는 기본적으로 농민군이었다. 평소에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나면 출동하는 군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 병사들의 전투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한 사람의 장교가 여러 명의 병사들을 상대하는 게 가능했던 것은, 장교는 전문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데 비해 일반 병사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경손 특공대는 일반 병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은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군대 조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특수훈련을 받았다. 그래서 일반 특공대와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몽골군이 이들을 보고 당황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 특공대는 고려 정규군에 편제된 부대가 아니었다. 김경손을 포함한 대원들이 정규군 내에서 직책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런 특공대가 정규군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군이 몽골군을 방어하지 못하자, 이들이 특공대를 구성해서 전투에 나섰을 뿐이다.
이 특공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가 있다. 그것은 김경손이 항상 검정 옷을 입었다는 '김경손 열전'의 기록이다. 검정 옷, 즉 조의(皂衣)를 입거나 검정 허리띠를 착용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고구려 수행자 군단인 조의선인(皂衣仙人)이나 신라 수행자 군단인 화랑의 후계자들이었다.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절단이 작성한 현지 조사보고서인 <고려도경>에서 이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처럼 생활하다가 비상시에는 나라를 위해 전투에 자원했다.
<고려도경>에서는 이들을 '재가화상'이라 불렀다. 일반 민가에 사는 승려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이 표현을 보고 이들을 불교 스님들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수도사가 기독교 승려라고도 불리듯이, 승려란 표현은 불교 스님 이외의 성직자를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이들이 불가의 스님이 아니라는 점은 "가사를 입지 않고 계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 가정을 꾸려 여성과 결혼하고 자녀를 양육한다"(<고려도경>)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교 복장도 입지 않고 불교 계율도 지키지 않고 가정까지 꾸렸다면, 이들을 불가의 스님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정 옷을 입고 있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김경손 특공대는 조의선인과 화랑의 맥을 잇는 신선교 수행자 집단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선교 수행자 출신으로서 고려 정부군 내에서 활동하는 군인들이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군대 안의 종교인들이 모여 별도의 조직을 꾸린 것과 같다.
이들은 일반 농민군과 달리 평상시에도 군사훈련을 받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사명감으로 무장한 조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출현 앞에 몽골군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황산벌 전투에서 어린 화랑들이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백제 정예군을 격파한 사실에서 나타나듯 이들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전투력이 강한 군대보다도 무서운 것은 신앙심이 강한 군대다. 두 손에 칼을 쥔 군대보다는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경전'을 쥔 군대가 더 무서운 법이다. 신선교 수행자 군단은 둘 다 갖춘 부대였다. 몽골군이 "사람이 아니다"라며 감탄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웬만한 나라의 정부군은 이들을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종교인이 나서 국난을 극복한 전통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