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박영선 최고위원이 21일 공천을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에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남소연
"한명숙 대표님은 참 원칙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시려고 하는데, 저희 당에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대표님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옆에서…. 그 '보이지 않는 손'은 당내 인사도 있을 수 있고, 당외 인사도 있을 수 있습니다."박영선 민주통합당 전 최고위원이 '한명숙의 보이지 않는 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이 한명숙 대표를 아바타로 내세워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요?
박 전 최고위원은 21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명숙 대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최고위원직과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장직'까지 모두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신이 사퇴하게 된 구체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공천문제였다고 말합니다. 박 전 최고위원은 "내부에서 봤을 때 이번 공천과정이 공명정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자신이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을 추진해왔는데 유종일 KDI 교수와 검찰 출신 유재만 변호사, 이재화 변호사 등이 공천에서 제외됐다고 말했습니다.
검찰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내 공심위원들이 검찰개혁은 시민의 힘과 시민단체의 성원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검사 출신이 과연 필요하냐 라는 시각을 갖고 있어 관철이 안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박 전 최고위원은 "검찰에는 정치검찰이 있지만 그래도 양심적인 검사들이 있다, 이 양심적인 검사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 중에 후배들이 따르는 검사 한 분 정도는 민주당이 모셔서 조화로운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86과 이대라인은 이미 드러난 손"... 그럼 친노?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굴 지목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는 "486세대와 이대 동창회는 그냥 겉으로 드러난 어떤 결과물"이라며 "한명숙 대표가 그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굉장히 괴로워하셨고, 이번 공천과정에서 최고위원들이 많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박 전 최고위원은 "제가 당원이고 당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의 경고에서 멈추고 스스로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이제는 화합과 대한민국의 조화로운 발전, 번영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모호한 표현이지만 그가 지목한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는 분명하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박 전 최고위원의 '보이지 않는 손' 주장은 이날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증폭됐습니다.
어떤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 했으니, 여기서 말하는 '손'은 '손학규 전 대표'를 말하는 것이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486과 이대라인이 나왔으니, 남은 것은 '친노'뿐이다, 결국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적한 말이다,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이는 486과 이대라인, 친노는 이미 '보이는 손' 아니냐고 말을 거들었습니다. 혹자는 한 대표에 대해 섭정정치를 해온 이해찬 상임고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은 이 모두를 포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당내 인사도 있을 수 있고, 당외 인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공천심사위원 같은 '외부세력'을 지칭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돕니다.
도대체 그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이고 한명숙 대표를 어떻게 조종하고 있다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4·11 총선을 불과 20일 앞둔 이 엄중한 시국에, 중책을 맡고 있는 야당의 핵심 정치인이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고 작정한 그 궁극적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유재만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적임자인가핵심은 유재만 변호사의 공천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번 비례대표 공천심사 과정에서 유재만 변호사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유 변호사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는 박 전 최고위원의 생각과 달리 유재만 변호사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민주통합당이 그토록 강조했던 '정체성'에 맞는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공심위의 결론이었던 것이지요.
검찰개혁 분야로 두세 명을 추천할 수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닌 마당에 딱 한 명을 고르라면 그건 유 변호사일 수 없다는 것이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의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유재만 변호사가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법조계에서 수사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를 잘하는 것과 검찰조직을 뜯어고쳐 정치검찰 문제를 일소하고 조직의 혁신을 이뤄내는 일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판단한 것입니다.
공심위 내부에서는 과연 유 변호사가 검찰조직과 인사문제에 칼을 들이댈 수 있을까, 정치검찰의 문제를 본격화 하고, 폐부를 찔러 정치검찰의 썩은 살을 도려낼 수 있을까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지만, 결과는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과거에 그가 민주진보를 겨냥했던 공안검사였다는 점과 재산문제 등에서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있어 보인다는 문제제기와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공심위의 이 같은 입장이 알려지자, 박영선 전 최고위원은 직접 공심위원들을 만나 설득하기로 작정했던 모양입니다. 공심위 회의장까지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유재만 변호사의 공천을 읍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 자신과 함께 손을 잡고 일할 사람이니 꼭 공천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던 것이지요. 실제 공심위 내부에서는 그의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공감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활동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데 그것을 아니라고 할 공심위원들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유재만 변호사 문제를 두고 재논의를 했고, 심지어 표결까지 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결론은 뒤집힐 수 없었다고 합니다. 박 전 최고위원의 사정은 알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의'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지요. 그동안의 삶에서 '검찰개혁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실천을 했는가도 중요하게 본 것 같습니다.
이처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가 유재만 문제에서 뜻을 굽히지 않고 물러서지 않으니, 최고위원들이 나서서 반발했던 모양입니다. "최고위원들이 이 정도의 전략공천도 못하느냐"라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전날 최고위와 공심위 간에 막판 설전이 벌어지고, 한명숙 대표와 안병욱 교수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지만 결론은 똑같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