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한 장면
싸이더스 FNH
재무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부부간의 경제적 소통이 놀라울 정도로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돈 얘기만 하면 싸우게 되어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태반이 서로 수입을 합쳐 공동 살림을 하기보다 따로 계좌관리를 하고 있었다.
사랑해서 결혼했든 때가 되어 선봐서 결혼했든 결혼한 그 순간부터 부부는 정말 중요한 인생의 동반자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힘을 합해도 그 길이 순탄할 리 없는데 정작 '우리 가족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둘만 사는 것이 아니라 양가 가족이 있고 둘이 더불어 낳은 자녀가 있다. 따라서 '나'의 인생, '너'의 인생 못지 않게 중요한 '우리 공동의 인생'이 있다.
결혼하면서 형규씨 부부처럼 역할 분담을 나눠맡고 미래를 찬찬히 계획하는 부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편들은 현재의 일이 고되고 힘들더라도 '시한부 고생'임이 확실하다면 참을만 할 것이고, 아내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돈벌이'나 '개인적 자아실현'보다 '자녀 돌봄'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아이 돌보는 일을 왜 아내만 해야 하느냐며 남편이 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접어두자. 누가 하든 둘이서 충분한 의논이 행해지고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또한 어떤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임을 명심하자. 30여 년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온 삶의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선진씨의 현명한 양보가 한 가정이 겪을 수 있었던 위기상황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엮어나간 셈이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 둘다 나가서 번다는 게 어려워진다. 부부 둘 중 누구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당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 돌보는 일을 하느라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맘고생이 심한 서예림(가명·32)씨에게 말했다. "그냥 내 아이를 내가 돌보면 안 될까요."
단순히 돈 버는 것만 생각해서는 현명한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버는 돈을 어떻게 잘 배분하고 잘 쓰느냐를 결정하는 '살림'이 무너진다면 가정의 건강성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부부 둘이서 연봉 경쟁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 역할분담과 미래계획이 건강한 가족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너무도 절실한 시점이다. 무조건 벌고 보자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덧붙이는 글 | 박미정 시민기자는 (사)여성의 일과 미래 재무상담센터에서 경제교육 강사와 재무상담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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