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눈 덮인 현릉
이정근
함길도에 파견된 선위별감 박대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의금부에서 계본을 올렸다.
"종성 판관 정포는 이징옥이 왕명을 거역하여 반역이 명백하였는데도 그를 영접하였고 절제사 정종에게 사람을 보내 이징옥을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정포의 연통을 받은 정종은 군사를 거느리고 성 밖으로 나가 이징옥을 맞았습니다. 이들은 마땅히 대명률에 따라 참형에 처해야 하나 정포와 정종은 이징옥을 잡아서 죽인 공이 있으므로 논죄하지 마소서."뒤이어 병조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대호군 이행검, 종성 절제사 정종, 판관 정포, 전 수만호 장영 등 10인이 의(義)를 주창하여 이징옥을 잡아 죽이자고 모의하였으니 1등, 사직 김익맹 등 43인은 도우고 따랐으니 2등, 삼휘진무 전유지 등 5인은 이징옥을 잡을 때 군사들을 거느리고 성을 둘러싸고 지켰으니 3등으로 포상하여야 합니다. 청컨대 이들을 정난에 수종한 사람들의 예에 따라 1등은 3자급, 2등은 2자급, 3등은 1자급씩 올려 관직을 제수하소서."이어 조정 개편이 단행되었다. 좌사간 조어, 우사간 나홍서, 사헌집의 유규, 박인과 유성원 장령, 좌헌납 허추를 우헌납, 김계우, 조변안과 이극감을 지평, 좌정언 최선복, 우정언 이계손으로 하는 관직 개편이 단행되었다. 의금부에 하옥되었던 성삼문은 풀려났으나 윤기견과 함께 좌천되었다. 인사에서 특이한 것은 종성 도호부사 정종이다. 그는 이징옥을 죽인 공이 인정되어 당상관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천당과 지옥을 오고간 종성으로 금의환향하게 된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 밀어주면 별로 표가 나지 않는다. 허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목숨 바쳐 충성한다, 막후 실세 한명회가 그 처세를 자신의 입지 닦기에 활용하기 시작 한 것이다.
의금부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전 안악군사 황의헌은 안평의 거사를 돕기 위해 사냥을 칭탁하여 경내의 군사 974명을 무단 징집하였습니다. 고양 기관(記官) 황식배는 안평의 말을 자기 집에서 사육하여 주고 명주 1필을 받았으며, 현감 고덕칭과 병방기관(兵房記官) 황중은 문서를 총패(摠牌)에 내려보내 군마를 징발하게 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역신과 통하였으니 황의헌과 황식배·고덕칭·황중은을 모두 율에 의하여 능지처사하소서.""모두 참형에 처하라. 또 그들의 가산을 적몰하고 그 아비는 제주도·진도·남해도·거제도의 고을에 종으로 영속시키고 자식은 나이 16세 이상은 교형에 처하고 15세 이하는 어미에게 주어서 기르게 하여 장정이 되거든 종으로 영속시키라. 그리고 어미와 딸·처첩·할아비·손자·형제·자매, 자식의 처첩도 관노비로 영속시키고 백부·숙부와 형제의 자식은 외방에 안치하라."명이 떨어지자 황식배의 아내는 목을 매어 자결했다.
이징옥의 난 뒤처리를 마감한 수양이 자신의 저택 명례궁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예조가 주관하고 의정부와 육조가 총동원되었다. 임금도 도승지 신숙주와 좌승지 박팽년을 보내 술과 풍악을 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