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입 초창기, 등을 달리지 않고 밤거리를 달리는 자전거는 사람들에게 공포였다.
김대홍
위 기사 제목은 '死神(사신) 싣고 달리는 밤거리 자전거'다. 죽음의 신이라니, 무시무시한 별명이다. '아니, 자전거 정도에 그렇게 겁을 먹다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밤중 도로에서 만난 사람들 생각은 달랐다.
자전거는 조용하다는 특징 때문에 19세기부터 전쟁에 널리 쓰였다. 말과 달리 먹을거리를 줄 필요가 없으니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어떤 교통수단보다 가벼워 들고 움직일 수 있다. 말이나 노새는 때때로 돌발 행동을 하지만 자전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소음이 없어 야간에도 작전 수행이 가능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대부분 나라가 자전거부대를 만든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모든 건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침투하는 쪽에서야 은밀하고 조용히 움직이는 자전거가 고맙겠지만, 당하는 쪽에선 황당하기만 하다. 오래 전 시속 4km 보행속도로 움직이던 시절, 걸음 몇 배 속도로 나타난 자전거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때가 밤이라면 말이다.
'불을 켜지 않는 자전거' 문제는 그 역사가 꽤 깊다. 1930년대 이미 자전거 교통사고의 주원인으로 불을 켜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 무등화(無燈火)' 문제가 지목되고 있으니 말이다.
"교외 일대가 대경성으로 편입되면서부터 경성 부내의 교통량은 날을 따라 증가일로를 달음질 치고 있다. 이리하여 가지가지의 사고가 발생하여 뜻하지 아니한 참사를 빚어내고 잇는데 특히 근년에는 자전거 교통사고가 많아 경찰이 이 방면의 원인을 탐색해본 바 그 대부분이 밤에 무등화로 말미암음이 판명되어 이를 취체하리라는데 본정서에서도 이들 위반자를 적출하기 위하야 근근 각처 교통 요중에 서원을 배치시켜 위반자에게는 엄벌을 하리라 한다." (<동아일보> 1938년 2월 21일 치)
1930년대 후반 불을 켜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는 꽤 골칫덩어리였다. 오토바이나 자동차와 달리 엔진 소리를 나지 않으면서 꽤 속도를 내는 교통수단. 게다가 당시는 자동차와 우마차, 인력거와 자전거, 사람이 모두 뒤엉켜서 다니던 시절이다. 어둠 속 무법자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은 단단히 칼을 갈았다. 그런데 효과가 크진 않았던 모양이다. 무등화 자전거 엄벌 기사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야광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를 단속한 역사는 사실 일제강점기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05년(고종·광무 9년) 12월 30일 제정된 가로관리규칙엔 '야간에 등화(燈火) 없이 자전차(自轉車)의 통행을 금(禁)한다'란 구절이 나온다. 밤에 불을 켜지 않고선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뜻이다. 자전거 도입 초창기부터 소리 없이 다가오는 밤의 무법자는 경계 대상이었다.
수시 야간 단속, 불 없는 등잔 달고 다니다 '딱' 걸린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