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성인이라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쏠라원투쓰리'를 기억할 수 있을것이다.
쏠라원투쓰리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영웅상'<블리치> <이웃집 토토로> <원피스> <에어 마스터> <마법소녀 마도카> <꿈먹는 메리> <바람의 검심> 등 요즘 인기 있는 만화들을 열거해 보면 보통의 어른들은 들어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만화라는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연관된 직업을 가지지 않는 이상 통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어린 시절에 가졌던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과 마음에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마루치 아라치> <똘이장군> <마징가Z> <로봇태권V> <황금박쥐> 등 흘러간 만화들을 언급한다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만화들이 지금의 아이들의 정서를 반영한다면 후에 열거한 만화들은 당시 어른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의와 지구 평화를 위해 싸우는 거대 로봇의 활약은 어린 시절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영웅상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캐릭터를 모르면 친구들과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현재는 학부모가 된 ㅊ아무개(37·자영업)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에 너무 빠져드는 것 같아 한동안 시청을 통제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이 생각나 쑥스러운 기분이 든다"며 "현재의 눈으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로봇 만화들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도구 중 하나 같다"고 말했다.
로봇 앞에 서면 모두가 한마음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전북 김제지역의 경우 행정구역상 '시'이지만 안타깝게도 극장이 하나도 없다. 지역의 크기, 인터넷과 비디오 시스템의 발달 등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재의 불경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국적으로 따져봤을 때 비단 이런 곳은 김제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중소도시의 현실일 수도 있다. 19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김제지역에는 '중앙'과 '제일'이라는 극장이 있었으나 1990년대 '제일'의 폐업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웬만큼 잘사는 가정이 아니면 비디오가 귀했던 1970년대, 1980년대 초반에는 극장에서 만화영화를 개봉한다 하면 지역 내 초등학생들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비록 대도시에서 개봉하는 때보다 수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지나서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형태를 띄기는 했었지만 그런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한참 전부터 부모들에게 떼를 쓰기 일쑤였다. 채 1000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50원짜리 핫도그도 맘대로 사먹기 힘들 정도로 궁한 시절이었던지라 돈을 주고 만화영화를 시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 어렵사리 부모에게 관람료를 타오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일부 어린이들의 경우는 몰래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하다가 직원에게 걸려 벌을 서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극장으로 들어가 관람하게 되는 만화영화를 보는 기분은 남달랐고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로봇영웅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또 집중할 수 없었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 악당들에 맞서 우리의 주인공 로봇이 필살의 무기로 적을 격파하는 순간,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 것을 신호로 관람하던 모든 어린이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쳐댔다. 순식간에 극장 안은 로봇영웅을 축하하는 박수의 물결로 뒤덮였고 그렇게 우리는 로봇 앞에서 한마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