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메시지 떴으니 카카오톡 닥치라고?

[오마이뷰] '스티브 잡스 유작' 애플 iOS5 시대 뜨는 앱 지는 앱들

등록 2011.10.13 19:27수정 2011.10.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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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부터 시작한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12일부터 시작한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애플
12일부터 시작한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 애플

 

"헉, 내 귀여운 앱들이 다 어디 갔지?"

 

남보다 일찍 iOS5로 업데이트한 대가는 컸다. 새 아이튠즈가 꽉 차 있던 내 아이폰 메모리까지 말끔히 정리해 준 거다. 덕분에 카카오톡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들과 아이팟 노래 수백 곡이 모두 사라졌다. 앞으로 아이메시지만 쓰라는 고 스티브 잡스의 계시일까?

 

iOS5 등장에 모바일 메신저-클라우드 업계 긴장?

 

아이메시지, 아이클라우드 등 무려 200여 개 기능이 추가됐다는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 iOS5 등장에 모바일 메신저와 클라우드 관련 업체들이 바짝 긴장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

 

13일 우여곡절 끝에 업데이트를 끝낸 내 아이폰 3Gs와 아이패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이메시지'나 '아이클라우드' 버튼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고 앱들이 바둑판처럼 배열된 사용자 환경도 그대로였다. 아이패드에 전에 없던 '메시지' 버튼이 뜬 걸 보고야 이런 새 기능들이 곳곳에 뒤섞여 있으리란 걸 직감했다.

 

아이메시지는 기존 문자메시지(SMS) 속에 숨어있었다. '카카오톡'처럼 사용자들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고 문자 입력창 바탕에 뜨는 'imessage'란 문구와 파란색 전송 버튼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 사람과 아이메시지를 할 수 있구나, 알 수 있었다. 20원짜리 단문메시지는 초록색 버튼으로 구분했다. 물론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사진이나 동영상도 별도 과금 없이 보낼 수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애플 단말기 사용자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걸 빼면 카카오톡 못지않은 '물건'이었다. 당장은 일반 문자메시지와 혼동되겠지만 SMS와 모바일 메신저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기존 업계에서 두려움을 느낄 만했다.

 

문자 메시지 속에 숨은 아이메시지, 물건이네

 

 기존 문자메시지 기능에 숨어든 '아이메시지'(왼쪽)과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 환경과 비슷한 알림 센터 기능
기존 문자메시지 기능에 숨어든 '아이메시지'(왼쪽)과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 환경과 비슷한 알림 센터 기능김시연
기존 문자메시지 기능에 숨어든 '아이메시지'(왼쪽)과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 환경과 비슷한 알림 센터 기능 ⓒ 김시연

 

'아이클라우드' 역시 눈에 띄진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컸다. 우선 이메일, 연락처, 캘린더(일정)도 다른 애플 단말기는 물론 일반 PC와도 동기화가 가능했다. 또 아이폰에 '메모'하면 아이패드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젠 사진과 책갈피(즐겨찾기), 애플리케이션 목록도 5GB(기가바이트) 한도 내에서 외부 서버에 저장해놓고 공유할 수 있다.

 

당장 '에버노트'나 유클라우드, N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들 사용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메라와 앨범 기능 개선도 사진 편집, 폴더 관리 등 카메라 관련 서비스에는 위협이 될 만 했다. 가족 사진, 행사 사진 등 폴더별로 사진을 정리할 수 있게 돼 굳이 1달러짜리 '사진 폴더' 앱을 살 필요가 없어졌고 사진 자르기, 회전, 적목 제거 등 기본적인 편집 기능도 추가했다.     

 

무엇보다 잠근 화면에서 홈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카메라' 버튼이 떠 바로 촬영 모드로 들어갈 수 있고 음량 올리기 버튼을 카메라 셔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사진 촬영할 때 두 손가락으로 확대 축소를 할 수 있고 격자선 옵션도 구도 잡기에 편리했다.

 

 iOS5 카메라와 앨범 기능이 강화되면서 사진 편집, 폴더 관리 등 단순히 틈새를 노린 앱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iOS5 카메라와 앨범 기능이 강화되면서 사진 편집, 폴더 관리 등 단순히 틈새를 노린 앱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김시연
iOS5 카메라와 앨범 기능이 강화되면서 사진 편집, 폴더 관리 등 단순히 틈새를 노린 앱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 김시연

 

애플도 구글 안드로이드-갤럭시S 베끼기?

 

위쪽에서 화면 아래로 손가락을 쓸어내리면 볼 수 있는 '알림센터' 기능은 HTC나 삼성에서 만든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환경을 빼 닮았다. 날씨와 주식 시황이 기본으로 떴고 최근 도착한 메시지와 이메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 중심 '아이북스'에서 신문, 잡지로 영역을 넓힌 '뉴스 가판대' 기능은 삼성 갤럭시S 시리즈의 뉴스 허브를 떠올렸다. <뉴욕타임즈>나 아이패드 전용신문 <더데일리> 같은 해외 유명 신문과 잡지를 '유료' 구독할 수 있는데 아직 한글 매체가 없어 국내 사용자에겐 유명무실했다. 다만 산발적인 미디어 앱들을 한 데 모아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체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iOS5는 이처럼 전혀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보다 기존 기능이나 앱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기존 iOS에선 없던 기능을 단순히 보강해주던 앱들에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나름 독창적인 기능이나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앱이나 서비스들과는 상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실제 iOS5를 깔면서 사라진 100여개 앱들 가운데 가장 먼저 다시 설치한 것도 바로 카카오톡과 유클라우드, 에버노트처럼 평소 요긴하게 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아이메시지 등장에도 카카오톡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통사나 운영체제, 단말기 종류를 넘나드는 폭넓은 사용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이메시지나 블랙베리처럼 자사 단말기에 기본 탑재하는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처럼 범용 사용자까리 노리는 삼성전자 '챗온'과는 그 마인드부터 다르다.  

#아이메시지 #IOS5 #아이폰 #애플 #아이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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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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