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작은 액세서리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명희(가명, 33세, 미혼)씨. 최씨는 자금 부족으로 각종 결제 압박에 시달릴 때마다 급한 대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처리하고 나중에 갚곤 했다. 수수료도 만만치 않은 데다 혹여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을 때면 리볼빙 서비스로 최소 결제했다. 그 비용 부담은 배가 되었지만 연체는 막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추가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자꾸 현금서비스를 활용하면 신용등급도 낮아질 우려가 있다며 친구는 마이너스 통장을 권했다. 일단 대출 한도를 정해두면 돈이 필요할 때마다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통장에서 그만큼의 돈을 인출하듯 꺼내 쓰면 되고, 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갚아 나가면 되니까 편리하다는 것이다. 현금서비스에 비하면 수수료도 저렴한 편이라니 최씨는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나 싶어 곧바로 주거래은행을 찾았다.
"여성이고 미혼이면서 직장인도 아닌 자영업자라는 세 가지 조건의 조합이 사회적 천민 계층임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신용대출도 어렵거니와 마이너스 통장 개설은 꿈도 꿀 수 없더라구요. 괜스레 서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은행 문을 나서며 전 결심했어요. 꼭 성공해서 나도 남들처럼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겠다고."아무나 만들어주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 회복도 어렵다종합통장자동대출, 일명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진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연체 기록이 있다면 개설이 어렵다. 늘 그렇듯 진짜 상황이 어려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문턱이 높고 대출 받지 않아도 살아갈 만한 사람들에게는 애써 돈 빌려 가라고 광고한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마이너스 통장이지만 신용대출 조건에 가산금리가 붙어 훨씬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시중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간 격차는 기본 0.5%에서 4%를 육박한다. 마이너스 통장대출이 신용대출에 비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가 붙는 것은 미(未)사용 한도에 대해서도 은행의 자금이 묶이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 보자면 꼬박꼬박 이자 수입이 확정되어 발생되는 신용대출과는 달리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자 수입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래도 고객이 언제 대출을 할지 몰라 해당 한도만큼 돈이 대출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 하니 비용만 발생해 손해 보는 장사가 될 수 있어 가산금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에 만기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사용자도 많다. 본인이 자동 만기 연장이 되는 대상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제대로 몰라 신청하지 않으면 괜스레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되는 사례가 많다. 은행마다 제각각인 이자결산일도 꼼꼼히 체크해 둘 필요가 있다. 날짜로 정해져 있지 않고 몇째주 무슨 요일 등으로 정해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도 관리나 상환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출 이자가 가장 큰 문제다. 현금서비스나 신용대출은 살 떨리게 쭉쭉 빠져나가는 이자가 아까워서라도 빨리 갚아 버려야 한다는 강박을 준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도대체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한 번 꺼내 쓸 때마다 사용 기간이 제각각이고 이자도 복리로 불어나니 정확히 계산하기도 어렵다. 이자불감증은 '부채불감증'으로 이어져 결국 마이너스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
회복되지 않는 마이너스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