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부부클리닉 -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KBS
[사례 2] C씨는 1996년부터 항공사 승무원으로 입사하여 객실승원부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 해외 체류중 여승무원 D씨와 호텔방에서 함께 있다가 동료들에게 들키게 되었다. 두 사람의 노골적인 애정행각 소리를 듣고 수치심을 느꼈다는 여직원도 있었다. 직원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동료들은 두 사람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나 또다시 해외 비행 뒤 8시간이나 한 방에 있었던 사실이 목격되었다. D씨는 "직장상사와 선을 넘은 언행에 대해 깊이 뉘우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C씨는 사실관계를 부인하였다. 항공사는 풍기문란과 함께 다른 여승무원들에 대한 성희롱 등을 사유로 C씨를 파면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그는 "사실과 다르며, 업무외 사생활에서 벌어진 일로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징계가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우선 "팀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 D씨의 소명서 등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점, C씨도 스스로 관리자로서 물의를 일으켰음을 뉘우친다는 자필경위서를 제출한 점 등으로 풍기문란행위를 하였다"며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법원은 징계가 적정했는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 승무원들이 해외체류시 남녀가 동일 호텔에 숙박하는 특성상 풍기문란, 성희롱을 엄격히 금지하는 점 ▲ C씨가 팀장으로서 풍기문란은 예방하고 감독해야 하는데도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점 ▲ 풍기문란 승무원은 권고사직이나 파면을 해왔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호텔은 사생활 영역'이라는 C씨의 주장에 대해서 법원은 "항공기 승무원의 경우 호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비행시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해외체류 호텔은 근무의 연속선상에 있는 장소로서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항공사 승무원에겐 호텔도 근무의 연장으로 본 것이다. 1심에서 전부 패소한 C씨는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동거녀에게 위자료 청구한 동거남, 재판 결과는? [사례 3] E(40대 남)씨는 자신과 사귀었던 F(40대 여)씨와 남자친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E씨의 주장인즉 이렇다. "저는 F와 2년 반 동안 동거했던 사이에요. 결혼식만 안 올렸지 부부나 다름없어요. 사실혼관계란 말이죠. 그런데 F는 딴 남자와 사귀었으니 두 사람이 함께 사실혼관계 파탄 책임을 져야죠. 위자료로 2천만 원은 받아야겠어요."사실혼이란 |
사실혼이란 실제 부부와 같은 생활을 하지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남녀관계를 말한다. 판례는 사실혼에 대해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혼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부부처럼 동거, 부양의무가 따르고 사실혼 관계를 깨뜨린 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에서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도 생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 사망시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승계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식혼주의(서류상으로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지를 중시하는 입장)를 따르는 우리 나라에서 사실혼은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배우자 가족들과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고, 재산상속권은 없으며 사실혼 파기시 재산분할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사실혼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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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을까. E씨의 바람과 달리 1심 판결은 원고 전부패소였다. 왜일까.
1심은 E씨와 F씨 두 사람이 동거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실혼관계로 보지 않았다. 우선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없었다. 더 결정적으로, E씨는 인터넷 채팅이나 음란 영상 등을 통해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법원은 E씨를 두고 "도무지 사실혼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F씨가 딴 남자와 교제를 하더라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실혼은 남녀간의 동거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실혼이 인정되려면 부부가 되려는 합의와 부부생활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심 법원도 다르지 않았다. 대전지법 가사부는 지난 8월 30일 E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도 ▲ F씨가 혼인신고를 수차례 거절한 점 ▲ 정기적인 생활비가 지급된 적이 없는 점 ▲ 다른 여자들과 부적절한 인터넷 채팅을 한 사정 등을 들어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다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책인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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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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