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석채 KT 회장이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합작 설립 계획을 밝힌 뒤 악수하고 있다.
김시연
"이분은 큰 꿈을 꾸고 난 스케일이 작아서…."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이석채 KT 회장이 남긴 말이다. 이날 양사는 한국에 일본 기업들 서버를 보관할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3월 동북부 대지진 이후 전력난과 재해에 대비한다는 명분 외에 손정의 회장이 강조한 건 기존 사용료 절반 수준인 '가격'이었다.
'아이폰 후광' 소프트뱅크와 KT의 닮은 점과 차이점 KT와 소프트뱅크는 한국과 일본에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가장 먼저 도입해 '모바일 혁명'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 때도 두 사람은 아이패드2를 나란히 들고 나와 '아이패드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KT는 2009년 11월 아이폰 3Gs 도입을 전후해 '소프트뱅크 따라 하기' 행보를 보였다. 단말기값 24개월 할부와 요금 할인 방식,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모두 2008년 7월 아이폰 3G 출시를 앞두고 소프트뱅크에서 도입한 것이다. 심지어 아이패드를 전 직원에게 지급한 것이나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이 트위터로 고객 소통에 나선 것도 손정의 회장 판박이다.
그런 KT지만 '화이트 플랜'으로 상징되는 소프트뱅크의 '통신요금 파괴'만은 외면하고 있다. 2006년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든 소프트뱅크는 만년 3위 사업자에서 벗어나려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주도해 왔다. 2007년 당시 2000~3000엔대였던 휴대폰 기본요금을 1/3 수준인 980엔(한화 약 1만3000원)으로 낮춘 '화이트 플랜'은 그 결정판이었다.
'화이트 플랜'은 음성 통화 요금이 30초당 21엔(한화 약 270원, 10초당 약 90원)으로 비싼 대신 가족끼리는 완전 무료 통화가 가능하고 같은 소프트뱅크 가입자끼리는 오전 1시부터 다음날 오후 9시까지 무료 통화를 허용했다.
여기에 '아이폰 효과'까지 겹쳐 소프트뱅크는 지금껏 순증 가입자수 1위를 고수하며, 전체 15%에 불과하던 가입자 점유율을 2010년 말 현재 21%(2440만 명)로 끌어올렸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1, 2위 사업자 NTT도코모(48.8%)와 au KDDI(27.7%)도 기본료를 1000엔 미만으로 낮추고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값싼 요금제를 앞 다퉈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