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산업의 멸망> 쓴 김인성씨
김시연
"애플-구글 위치추적 비판할 때는 미국 수준에서 얘기하면서 우리 얘기할 때는 눈이 낮아져요. 회원 가입할 때 주민번호까지 다 깔아주면서 말이죠." 김인성씨는 '애플빠-갤스빠', '구글 대 토종 검색' 논쟁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애국주의'도 경계했다. 보기에 따라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구글-애플' 활용론에 가깝다.
김씨는 책이 한창 화제가 되던 지난달 중순 구글코리아 사무실로 초대를 받기도 했다. 한국 인터넷의 미래를 위해서는 구글 검색 점유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끈 탓이다.
"왜 래리 페이지(구글 CEO)는 한국에 안 오느냐고 물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나 IBM처럼 가끔 한국에 와서 정부 실력자 만나 악수하면 대접도 받고 압수수색도 안 받을 텐데, 하고 말이죠.(웃음) 구글은 자기 정책을 타협하지 않으려 해요. 우린 경찰에서 전화만 해도 (회원정보) 갖다 주는데 해외업체는 적어도 고민은 하거든요. 심각한 유출이라고 생각하는 거죠.""IT는 진보"라고 믿는 김인성씨는 지금 우리 IT 산업이 후퇴하는 이유로 사회의 보수화를 꼽는다. 90년대 후반 민주화와 벤처붐으로 꽃을 피운 IT 산업이 보수 세력들이 힘을 되찾으며 '멸망'을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걸림돌이 인터넷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다.
구글은 지난 2009년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고 유튜브에서 한국 계정 글쓰기를 차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료 부탁으로 제출한 '한국 IT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란 보고서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첫 줄에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마 첫 줄부터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 적힌 걸 보고 그 분도 무척 난감했을 거예요." 김씨가 구글이 필요하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공정한 검색 전용 사이트'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외부에서 지식인 등 자사 콘텐츠를 검색하는 건 막으면서도 이용자들의 '불법복제'를 조장해 콘텐츠를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반면 구글은 '애드센스' 등을 통해 콘텐츠 제공자들과 수익을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렇듯 '애국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표준이냐, 폐쇄와 독점이냐'란 관점에서 국내 IT 산업을 바라봐야 우리도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애플 아이폰과 국산 스마트폰 경쟁 구도에서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라고 강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지난 수십 년간 애국심에 호소해온 국내 기업들을 밀어준 결과가 와이파이(무선랜), GPS(위성항법장치) 등을 뺀 이른바 '스펙 다운' 휴대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KT에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값비싼 무선 데이터 요금, 악성코드 온상인 MS '액티브 엑스' 등 국내 IT 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왔던 장벽들이 하나둘 허물어지고 있다(관련기사:
아이폰 구입하면 '매국노', 국산폰 사면 '애국자'?).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애플이 도움이 된다는 것뿐이에요. '액티브 엑스' 사라지게 만든 게 애플인데 아직 멀었어요. 소프트웨어·동영상 등 콘텐츠 마켓 분업 문제도 애플이 확립해줘야 해요." 단문 시대 장문이 살아남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