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의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AP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특수작전팀에 의해 파키스탄에서 사살된 지 일주일 후인 지난 주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서 대대적인 연쇄 테러를 자행했다. 탈레반은 자살 폭탄 테러와 폭발물로 정부 관련 시설 6곳을 공격했고, 이로 8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했다.
탈레반은 가장 경비가 삼엄한 정부 건물을 공격해 자신들의 존재와 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앞서 탈레반이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복수를 예고했었기에 자연히 이 연쇄 테러에 세계의 이목이 모였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공격은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탈레반이 선포한 "봄 항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4월 30일 탈레반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5월 1일 "봄 항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이 교묘하게도 빈 라덴의 사망일과 겹쳤다. 이번 연쇄 테러는 또한 지난 4월 24일 일어났던 칸다하르 탈옥 사건과도 관련 있다. 이날 500명 정도의 죄수가 스스로 만든 지하 땅굴을 통해 탈옥했는데 그중에는 탈레반 지휘관 106명이 포함돼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보국과 다른 정보를 인용해 외신들은 일제히 이들이 지난 일요일의 연쇄 테러에 직접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봄 항전... "새들도 피난 갔다"탈레반의 "봄 항전" 발표 이전부터 이미 칸다하르에서는 탈레반의 공격이 잦아지고 있었다. 탈레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고 상황을 맞고 있는 듯하다. 날씨가 풀리면서 '전투의 계절'이 다가왔고, 그에 맞춰 106명의 지휘관이 탈옥해 탈레반은 교전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국의 빈 라덴 사살로 순교자를 위한 '보복 성전'이라는 싸움의 명분까지 얻었다.
탈레반의 공격이 잦아지면서 칸다하르 시내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 텅 비었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포목점을 운영하는 압둘 카두스는 뉴욕타임스(New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생계를 걱정했다.
"정말 문제다. 벌써 이틀째 시장이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일해야 하고, 물건도 사야 하고, 생계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영국 BBC는 한 경찰관 말을 인용해 원래 교전이 잦은 칸다하르긴 하지만 지난 몇 주의 상황은 30여 년 만에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초케 마다드라는 상인은 칸다하르의 상황을 짧게 요약했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칸다하르의 새들도 피난을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