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북>에서 17살 카니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앨리와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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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지독한 병을 앓고 있는 그대에게. 스물셋, 사랑에 모든 것을 던져도 되는 나이에 그댄 벌써 7년째 한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군요. 열여섯 살 달콤한 사랑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더 큰 상처와 배신감을 주었던 사람. 복수도 해보고, 잊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러지 못했고,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어 다시 만났는데 이젠 그녀가 그대를 사랑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사랑, 이별, 상처 그리고 그리움으로 지친 그대에게 나타난 그녀가 암에 걸렸다고요. 5년은 두고 봐야 재발이 될지 아니면 완치될지 알 수 있는 상황이고요. 참 어떤 좋은 일들이 생기려고 그대에게는 이렇게 시련이 많은 건지요.
'이젠 차라리 죽어버렸으면'하는 생각까지 하다니.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도 사랑하는 그녀가 죽었으면하고 까지 바라겠어요. 지난 7년 동안 그리도 아프게 사랑하고 지독하게 그리워했으니 그걸 또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한 거겠죠. 오랜 세월을 수면제와 두통약으로 지새우며
고통스러운 사랑을 다시 하고 싶진 않으니까 피하고 싶은 거잖아요. 맞나요?
그런데 솔직한 당신의 마음, 끝났나요? 그녀에게 먼저 이별도 고해봤고, 그녀를 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다는 그대. 그녀를 지우기 위해 이미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았잖아요. 그런데도 병상에 있는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고 사랑스럽고 간절하다면 과연 그대는 그녀와의 사랑을 끝낼 준비가 된 걸까요? 그대의 심장이 '이제는 새롭게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나요? 그대의 글을 보면 그녀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큰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아직 없어 보이거든요.
5년 정도면 그녀의 병에 대한 결론이 나는데 기다려야 할지 헤어져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런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계산하고 출발하는 건 진실되지 않은 것 아닐까요. 병원에서는 완치든 재발이든 5년이면 알게 된다고 했겠지만 세상사 무엇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그녀가 80년 이상 건강하게 살게 될지 내일이라도 재발돼 더 힘들어질지 그건 누구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 의사선생님이 정해준 시간에 맞춰 그대의 사랑을 생각하진 마세요.
'지금 결정 내리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잠시 놓아두고 조금 천천히 가보는 건 어떨까요? 병원에 종종 들러보는 거예요.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남들처럼 데이트를 할 순 없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잔잔한 기억들, 사소한 일상들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다보면 오히려 더 진실되고 진지한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만남을 이어갈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느낌이 서로에게 올 거예요. 그것이 그대의 '7년 사랑병'을 치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결과적으로 친구로 남게 되든, 연인이 되든 간에 단순히 '사랑해? 안 해? 헤어져? 말어?'식의 말로만 내린 결정보다 더 진솔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