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목이 참 길지요? 온통 흰 빛깔인데다가 눈 둘레에는 연둣빛인 게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더군요.
손현희
사진기 속으로 보는 새들의 몸짓이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대체로 왜가리는 황새보다 아래쪽에 터를 잡고 사는 듯 보였어요. 황새도 꽤 많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모두 나무 꼭대기에 앉아있네요. 기다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와서 둥지를 짓기도 하고, 깃털을 다듬는 새들도 있고, 또 싸우기라도 하는 것인지 시끄러운 소리로 저들만의 말을 하며 서로 쫓고 또 쫓겨 날아가는 녀석들도 있어요. 모르긴 몰라도 지들끼리도 꽤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더군요. 그런데도 저렇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퍽 신기합니다.
봄날, 하얀 자두꽃이 화사하게 피어 매우 아름다운 샙띠마을, 마을 사람들의 살가운 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듣고, 난생 처음 보는 새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날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그 수가 워낙 많아서 비린내가 나는 것도 견디며 살지만, 이 마을에서 새들을 보호하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왜가리 사진 찍기 대회가 열려 사진작가들이 전국에서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은 샙띠마을, 작은 마을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열린 자두꽃축제와 함께 앞으로도 많은 이들한테 널리 사랑받게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지난날엔 자전거를 타고 가끔 지나가던 마을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욱 남다른 정이 들 듯합니다.
오늘 이 마을에서 많은 걸 얻어갑니다. 난생 처음 왜가리와 황새도 가까이에서 보고, 몇 해 동안 그렇게나 궁금했던 하얀 꽃 이름이 자두꽃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게다가 맘씨 좋은 할머니께 재미난 마을 얘기도 듣고, 집을 나설 때는 꿩알과 토종닭 달걀까지 대여섯 개를 선물로 받아왔답니다.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으라면서 건네주신 그 손길,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퍽이나 고마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