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OECD보다 싸다석유협회는 21일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최근 정부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OECD국가에 비해 높다고 하지만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석유협회
이런 묘한 상황에서 대한석유협회는 21일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부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OECD국가에 비해 높다고 하지만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석유협회는 통계자료를 직접 제시하며 "2010년 평균으로 우리나라는 OECD국가에 비해 세전가격으로 리터당 28.4원이 낮고 관세와 부담금 및 품질 차이를 감안하면 54.4원이 낮다"고 반격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 국정원의 '절도미수' 사건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레임덕의 전조 현상으로 비춰지는 또 다른 묘한 사건이 불거졌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절도미수' 사건이 <조선일보>의 특종보도로 세간에 알려진 것이다(<한겨레>도 이날 단독보도를 했지만 범행의 주체를 국정원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제3차장 산하 산업보안단 소속 실행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입장을 취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사건 확대를 원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무능과 국격(國格) 훼손의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정보기관이 정보를 빼내기 위해 외국 대통령 특사단의 방을 터는 것은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여러 번 강조해왔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특사단에 대통령 전용기까지 제공했다"며 이 대통령의 '특별한 배려'를 강조했다. 그러나 특사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바로 그 시각에 대통령의 '눈과 귀'는 특사단의 방을 터는 절도 행각을 벌였다. '뒤통수 치기'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그나마 '미수'였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은 첨단 IT 강국과는 거리가 먼 원시적 방법과 첩보의 ABC도 지키지 않은 수집활동으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줬다. 첩보영화에서 흔히 보는, 들켰을 때에 대비한 청소부 '변복'이나 웨이터 '변장'도 없었다. 황당하게도 이들은 절도행각을 들키자 '지문'이 묻어 있는 노트북을 친절하게 돌려줬다. 첩보의 세계에선 성공했을 때 정부의 보호를 받는 스파이지 들키면 한낱 좀도둑일 뿐이다. '단순절도'로 처리해 국가를 보호하는 게 첩보의 세계다.
더 심각한 것은 아마추어 같은 '사후 처리' 방식이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롯데호텔에 설치된 CCTV 화면이 흐릿해 괴한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온 것을 보면 국정원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찰 신고와 수사를 막지 못했으며, 특히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국익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고 언론에 확인까지 해주었다.
'절도미수' 샌 것은 '형님 라인' 내친 원세훈에 대한 영포-TK의 반격?이 때문에 권력 암투설과 부처 간 알력설이 나온다. 최재성 의원(정보위 민주당 간사)이 21일 극비사안이 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빌려 '리크'되는(새는) 것과 관련 "정부 고위라인에서 알력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권력 암투설은 2009년 2월에 취임한 원세훈 원장이 지난해 9월 이른바 '형님(이상득) 라인'으로 국정원 인사와 예산을 주물러온 김주성 기조실장을 교체하면서 TK(대구·경북) 출신을 대거 지방으로 보냈을 때부터 불거진 해묵은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정치권에서 "TK 세력의 '원세훈 흔들기'가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원인이었던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예결위에서 형님에게 반기를 든 소장파와 친박계 정치인 사찰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한 '이창화 사찰팀'이다. 국정원 직원 이씨는 이른바 영포(영덕·포항) 라인으로 청와대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돼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정두언·정태근·이성헌 의원 등을 사찰해온 것이 문제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김성호 국정원장-전옥현 1차장 등 국정원 수뇌부까지 사찰해온 것은 상대적으로 별로 주목을 받지 않았다.
이 전 행정관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물러난 뒤인 2009년 3월 국정원으로 복귀해 인사팀에 있다가,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한직인 국정원 산하 국가정보대학원으로 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안팎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주성 기조실장 시절에 형님 라인은 원세훈 원장까지 사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방으로 발령나거나 한직으로 좌천된 TK 세력이 원 원장을 밀어내고 형님의 친구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옹립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원세훈 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정치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부인하지 않고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으로 청와대가 지휘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이 뭐라고 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연설에서 "특정지역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 청와대 일개 행정관에게 야당 대표와 국정원장까지 사찰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부여한 사람이 누구냐"고 '형님'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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