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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람(C. W. Ceram)은 필명으로 본명은 쿠르트 마레크(Kurt W. Marek)다. 1915년 베를린에 출생하여 1972년 함부르크에서 사망하였다. 그는 언론인이자 작가로 사실 고고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명성은 고고학에서 왔다.
그는 언론인 출신답게 유려한 필치로 고대문명의 역사적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하였다. 그의 대표작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1949)의 원 제목은 <제신과 무덤과 학자들>(Götter, Gröber und Gelehte)이다. 이 책의 서술방법은 딱딱한 고고학 전문서적에서 볼 수 없는 세람의 독창적인 것이다. 마치 독자로 하여금 고고학의 숲속을 걷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갖기에 충분할 정도로 쉽고 낭만적이다. 그래서 번역자는 원제와 다른 제목을 붙인 모양이다.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는데 주된 내용은 제1부에서 제4부까지다. 제1는 유럽권의 고고학 발견을 다루어다. 폼페이, 트로이, 미케네, 크레타가 그 대상이다. 제2부는 이집트의 나일문명을 다루었다. 상형문자의 비밀의 문을 연 샹폴레옹을 비롯한 이집트 고대문명의 위대한 발굴자들의 기념비적 발굴을 다루었다. 제3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된 고고학 발굴을 다루었다. 그로테펜트의 설형문자 해독과 롤린슨의 네부카드네자르의 점토판 사전 등이 다루어진다. 제4부는 대서양을 넘어 미주대륙에서 발견된 아즈텍, 마야 문명을 다룬다. 버려진 마야 도시들의 비밀들이 위대한 발견자들의 손에 의해 하나씩 베일이 벗겨진다.과거로의 여행은 왜 하는가이 책을 쓴 세람(C. W. Ceram)은 독일의 언론인 출신의 작가로 세계인들에게 고대문명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기념비적인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 그가 60년 전에 쓴 책이 바로 이 책인데, 이 책은 세계 고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고고학 발견을 유려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서 번역된 이 책 제목은 원제와는 다르지만 책 전체의 분위기에 걸맞은 제목이다. 왜냐하면 세람은 과거의 역사를 딱딱한 학문적 용어로 전달할 생각이 없었다.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이들의 호기심이 얼마나 감동적인 역사를 만들었는지를 부드러운 필치로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이 책을 읽다보면 수천 년 전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독자들 중 일부는 우리가 왜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세상 살아가는 데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그저 지적 유희에 불과한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반문할 것만 같다. 저자인 세람도 독자들이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을 예상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 자동차를 운전하고 비행기를 조종하며 과거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20세기의 사람들에게 아시리아의 왕이 그의 아들에게 설형문자로 무어라고 썼으며, 이집트 사원의 기초 설계가 어떤 것이었는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것은 그럴듯한 질문이고 그에 합당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35쪽)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랫동안 고민하지 마시라. 세람이 바로 답을 주고 있으니. 그는 이렇게 말한다.
"… 고대 문화의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더 이상 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자와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오히려 그는 그가 항해하고 있는 물길을 발견하고 자신의 과거로부터 알 수 있는 미래까지의 그의 진로를 갑자기 알아차리게 된 항해자와 같다. 그렇다! 그는 심지어 미래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35쪽)그렇다. 과거로의 여행은 단순히 인간의 과거사를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인간사라는 항해에서 결코 길을 잃지 않는 해법을 배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그것은 우리가 미래라는 미지의 세계를 결코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한다. 여기에 문화의 비밀이 있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책을 통해 문화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이집트 고대 상형문자의 비밀을 해독하다이 책은 고고학사에서 놓칠 수 없는 발견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 샹폴레옹의 상형문자 해독, 하워드 카터의 투탕카문 발굴, 그로테펜트의 설형문자 해독, 존 로이드 스티븐슨의 마야문명이 소개될 때 우리는 감동을 경험한다. 현대 인류가 과거로 여행을 하여 얻는 보물단지를 캘 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그리고 낭만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이 짧은 글에서 그 많은 에피소드 하나하나 소개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독자들에게 나일문명에 대한 고고학적 발견을 소개함으로써 이 책의 독서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고자 한다. 먼저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독자 여러분은 이 기이하게 생긴 문자가 어떻게 해독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나일문명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키는 상형문자이다. 나일문명은 어느 문명보다 많은 문자를 후세에 남겼다. 이것은 문명사적으로 기적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중국문명도 3천 년 전, 아니 그 이전의 갑골문을 남겼지만 나일문명은 그 이전,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의 일을 문자로 남겼다. 나일문명은 기원전 3천 년부터 남긴 상형문자로 인해 가장 정확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문명이 되었다.
상형문자는 기원전 3천 년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약 3천 년 동안 사용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문자는 기원후 5세기 이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수많은 문자가 이집트의 유적지에서 발견되었지만 그것은 단지 그림에 불과하였다. 그러는 시간이 어언 1500년이 흘렀고, 이 기간 중 어느 누구도 상형문자를 해독한 이가 없었다. 나일문명은 그저 베일에 싸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상형문자가 세상의 사람들에게 새롭게 나타난 것은 공교롭게도 나폴레옹의 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