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만 갈대숲. 고흥은 한반도에서 드물게 숨겨진 보석같은 곳입니다.
송성영
하지만 고흥 사람들에게는 그 '혹세무민 홍보전'이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조금 덜 먹고 살더라도 뱃속 편하게 핵발전소의 위협이 없는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물려주는 소박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고흥사람들이 청정 고흥을 지켜 낸 것은 대한민국의 청정지역을 지킨 것입니다. 그 덕분에 핵발전소 반대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는 핵발전소만능주의자들조차도 이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누리게 될 것입니다.
'4대강 죽이기'를 '4대강 살리기'로 위험천만한 '핵'을 '녹색'으로 바꿔치기 하고 있는 핵 만능주의자들은 핵발전소 반대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고흥사람들이 핵 만능주의자들이 말하는 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되는 지원금에 현혹되어 핵발전소를 선택했다면 이것이야 말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겠습니까? 자손들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니까요.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써 가며 많이 벌고 많이 소비하다보면 핵 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먹혀들어 핵발전소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했던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핵발전소 싸움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새삼스럽게도 자연의 위대한 존재감이었습니다. 자연환경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좀 더 덜 소유하고 좀 더 느리게 살자' 였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려면 당연히 에너지는 필요합니다. 원시문명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물질 문명이 극에 치닫게 될수록 에너지 고갈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거기에 따른 충당할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수를 선택하다 보면 악수를 두기 마련입니다. 바둑판처럼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다툼이 일어나고 세상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현혹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악수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핵발전소 건설 또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보다 느리지만 보다 안전한 재생 에너지를 늘려나갈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느리게 살다보면 삶의 여유도 생깁니다. 그 여유로움 속에서 좀 더 덜 소유하다보면 에너지를 덜 소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핵발전소 건설도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될 것입니다. 자손대대로 물려줄 청정지역이 더 이상 위협 받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핵발전소만능주의자들은 '핵발전소 르네상스'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들의 장단에 맞춰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펑펑 써대면 그 만큼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핵쓰레기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험지대가 늘어나고 그만큼 대한민국의 자연환경이, 사람들의 인심이 황폐화 됩니다.
그 핵발전소를 자손대대로 짊어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덜 먹고 덜 써가며 평생 누릴 수 있는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물려줄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고흥사람들은 두 번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