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 갈 무렵이면 집 앞 바다 용섬에서 아침해가 떠오른다.
송성영
생명의 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사람들이 전쟁불사를 외치고 있습니다. 파헤친 강줄기로 진흙탕물이 쏟아져 나오듯 그런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급박하게 돌려대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갈팡질팡 잔혹한 게임에 푹 빠져 벌겋게 충혈된 눈빛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보이는 대로 세상을 향해 증오심을 난사합니다.
그들에게서 평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불쌍하고 그런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슬픕니다. 평생을 사랑하고 살기에도 부족한데, 그런 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있는 내 자신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그 세상 속에 살아가는 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이들 따라 나선 등굣길... "지각 좀 하믄 안 되냐"바다를 열어 제치고 거기, 붉게 솟아오르는 저 아침 해는 평화롭기만 합니다. 세상에 대한 분노마저 녹여냅니다. 오늘은 아프기만 한 세상일을 잠시 접어놓고 아이들 등굣길을 따라 나서기로 했습니다.
"아빠도 같이 갈겨?""그려, 오늘은 심호흡 좀 해보자."우리집 앞 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생사를 묻어놓은 묘지처럼 동그랗게 앉아있는 용섬 부근에 아침 해가 붉게 떠오를 무렵이면 아이들이 등굣길에 나섭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날씨가 엄청 춥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외딴 집에서부터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마을 앞 공터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