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사라질 묘도 선착장.
성낙선
묘도는 그나마 섬이라는 겉모습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게 됐지만, 이 부근에 있는 다른 섬들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이미 육지가 됐거나 앞으로 육지가 될 운명에 처해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사연도 많다. 율촌공단이 들어서면서 이미 육지가 된 섬, 장도는 특이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태종), 이 섬에 한때 코끼리가 살았던 적이 있다.
일본이 조선에 코끼리 한 마리를 선물했는데, 이놈이 먹성이 너무 좋은 데다 성질도 그렇게 고운 편이 아니어서 사육하기가 무척 곤란했던 모양이다. 조선 조정에서는 꽤 난처했을 것이다. 일본에서 보낸 귀한 손님을 박대했다는 말이 새나가면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코끼리가 사육사를 밟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이 코끼리를 살인죄로 멀리 유배를 보내는데 그 유배지가 바로 장도였다. 짐작컨대 코끼리 유배 보내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코끼리를 배에 태울 수 없어 양 옆에 배를 대고 헤엄쳐 건너게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코끼리가 유배를 온 뒤로 장도에서는 난리가 났다. 끼니마다 엄청난 양의 식사를 대령해야 하고, 까탈을 부리는 그 성질을 받아주느라 섬 주민들의 허리가 휠 수밖에 없었다. 이 코끼리, 결국 섬에서 굶어 죽는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에는 역사 속 배경에 숨어 있는 사실들이 상당히 무거운 면이 있다. 코끼리 하나 감당하기 어려웠던 현실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 같이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장도가 육지화하면서 코끼리와 관련한 섬의 역사 역시, 섬과 함께 산업단지 속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외에도 이 일대의 바다에는 비극의 섬, 삼간도가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남부럽지 않은 부자 섬으로 떵떵거리고 살았지만, 지금은 사방이 높은 제방으로 가로막혀 숨조차 쉬기 어려운 섬이 되었다. 이미 섬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삼간도는 앞으로 산업단지 부지가 확장되면, 바로 육지가 될 예정이다.
목포에서는 '삼학도'가 섬으로 복원이 되고 있는 마당에, 광양에서는 '삼간도'가 육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섬 주민들이 오랜 세월 삶의 터전으로 삼아 왔던 바다와 갯벌이 사라지는 과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산업단지가 그 모든 걸 깨끗이 집어삼키는 광경을 직접 목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