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양식장
성낙선
무술목을 지나고 나서도, '돌산'이 무색한 길이 계속된다. 이대로만 가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돌산도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오래간만에 만만한 코스를 만나 여유를 부려본다. 하지만 그런 여유도 신기마을을 지나면서부터는 허세가 되고 만다.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 매우 길고 높은 고개가 나타난다.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이런 고개를 올라갈 때는 어떻게든 고개 정상까지만 올라가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단 정상에 올라서면 이번엔 또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내려가는 길이 급경사에 좌우로 심하게 굽어 도는 길이라 맘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180도 굽은 길을 돌아 내려가다 자칫 절벽 아래로 튕겨져 나갈까, 몸이 잔뜩 움츠러든다. 자연히 브레이크 레버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고개를 내려가는데 팔에 얼마나 힘을 줬던지 어깨가 다 뻐근하다. 그런데 이 고통과 괴로움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