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황궁 동덕전으로, 용상의 전각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 전시실이 되었다.
박도
부패'부패(腐敗)'가 망국의 원인이라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은 다 잘 안다.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청나라가 망하고, 장개석 국민당 정권이 망하고, 이웃 조선이 망한 가장 큰 까닭이 '부패'라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학자나 지식인, 언론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 '부패'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나는 아니다' '내 가족은 아니다' '우리 집단은 아니다'라는데 근본 이유가 있다.
정치인들의 비리가 터지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놈들은 그래"라고 혀를 차며 매도를 하면서도 선거 때면 "다 그런 거지 뭐"하고 새 인물로 바꾸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쇠고랑을 차거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자살을 했다. 그런데도 백년하청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그런 일을 더 겪어야 우리나라에 부정부패가 사라질지 모르겠다. 백성들 몸속에 암세포처럼 번져 있는 부정부패의 세균을 몰아내지 않는 한, 아무리 정부가, 언론이, 검찰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려고 해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나는 해외 답사를 통해서 선진국일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법과 양심을 지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60여 년 살아오면서 숱한 부정부패와 비리를 보아왔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러한 부정 비리에 조연이나 단역, 때로는 주역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부정 비리에 둔감해 살았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니까 그 잘못은 바로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문이나 방송에 비리사건이 보도되면 그것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부 정치인이나 아주 질이 낮은 이들의 소행으로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정치인들의 비리를 보도를 보고 성토하던 일부 교육자들이 떳떳치 못한 자금을 마련하여 단체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대열을 보고 나는 망연자실했다. 더욱이 해외연수에서 돌아온 그들이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오히려 불참자에게 자기들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매도하는 데는 눈앞이 캄캄했다.
나는 그 순간 부정부패 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 곁,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먼저 변하지 않고는, 내 가정, 내 직장이 변하지 않고서는 이 사회를 개혁시킬 수 없다. 나는 이것을 깨치기까지 미련스럽게 6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통탄할 일은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비리를 주도한 사람이 먼저 승진도 하거나 고위직에 오른다는 사실에 오늘의 비극이 있다. 백성들 가운데는 그런 일을 주도하는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여기며 부러워하고 박수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부정 부패 비리가 망국의 지름길인 줄도 까마득히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