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열린 감꽤 여러 해 동안 빈집으로 있었을 듯보이는 집앞에 서있는 감나무에요. 이 녀석도 사람 숨소리, 말소리, 살갑게 보듬어주는 손길이 그립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다른 집 나무보다 열매가 씨알이 작고 조금밖에 열리지 않았다.
손현희
감나무를 보며 노래를 부르다외로움도 깊어 가면 눈물마저 마르지/손 내미는 이 없으니 하늘만 보고 서있네/구름아 너는 내 마음 잘 알고 있지/언제나 넌 그렇게 나를 내려다보며 슬프게 웃고만 있구나!나도 모르게 흥얼거립니다. 몇 해 앞서 내가 쓴 시에다가 남편이 곡을 붙여 노래를 하나 만들어줬지요.
바로 '임자 잃은 감나무'란 노래인데, 바로 지금처럼 빈집에서 홀로 세월을 지키며 아무도 보듬어주지 않지만, 때가 되면 감잎을 내고 또 감 열매를 내놓지만, 왠지 모를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끼는 감나무의 마음을 담아 쓴 노래랍니다.
그 뒤로 늘 가을이 되어 감나무가 오롱조롱 보석처럼 열릴 때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자주 부르는 노래이지요.
노래는 영 어설프지만, 함께 올려봅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듣고 가을을 느끼며 자연을 가까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자 잃은 감나무(시) |
시 - 손현희
아침 운동 길에 모퉁이 돌아서면 대문 앞을 지키는 커다란 감나무 하나 있다.
여러 해 지나도록 봄이면 노란 감꽃 피고 가을엔 빨간 홍시 열어 오가는 사람들 눈을 즐겁게 했지.
올해 첫머리에 대문 앞 빈자리를 새로 난 큰 길이 가로막더니, 집임자가 딴 데로 이사를 갔나보다.
언제부터 집 둘레에 잡풀이 자라더니, 날이 갈수록 차츰차츰 집을 차지하고 말았다.
옳아! 그러고 보니, 지난해까지 가지가 휘도록 열리던 감이 올해는 몇 개 안 보이더라.
그랬구나! 감나무도 제 임자를 잃어버려 많이 아팠나보다. 거두어 줄 이 없으니, 저도 마음을 꾹 닫은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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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잃은 감나무(노래) |
노랫말 - 손현희 작곡 - 노을 노래 - 손현희
이른 아침 햇살 비추고 즐거이 새들 노래 불러도 찾는 이 하나 없는 곳 외롭게 서 있네.
봄이면 노란 감꽃 피우고 가을엔 빨간 열매 웃으며 노래 부르던 그때가 너무 그리워
외로움도 깊어 가면 눈물마저 마르지 손 내미는 이 없으니 하늘만 보며 서있네
구름아 너는 내 마음 잘 알고 있지 언제나 넌 그렇게 나를 바라보면서 슬프게 웃고만 있구나
언젠가 내가 다시 일어나 빨간 열매를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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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온종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본 풍경들 하나하나가 매우 사랑스럽고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나오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 풀과 나무, 꽃, 들판에 풍성하게 익어가는 벼들, 그리고 빨간 감나무 열매조차도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지 못했다는 게 미안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언제나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서 제 할 일을 다 하고 어떤 투정도 부리지 않으며 머물다 가는 자연 앞에서 무척이나 미안한 생각이 말이지요.
짧게 머물다 가는 가을, 따듯한 눈빛으로 마음껏 느껴보고 즐겨보면 어떨까요? 그러다가 풀과 꽃, 나무, 작은 열매를 만나거든 나지막하게라도 인사를 건네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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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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