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야이지스고 역 플랫폼
박도
"우리는 여기에 이르러 하차했다. 만일 그곳에 긴급한 일이 있거든 전보를 쳐주기 바란다."
황혼이 된 뒤에 답전이 왔으나 그 말뜻이 전연 분명치 않았다. 더욱 의아스러움이 적지 않아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하고 다시 좋은 방책을 헤아린 뒤, 이튿날 우씨에게 상의하기를
"우리가 이곳에 같이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첫째는 돈이 부족하고, 둘째는 유씨의 답전이 심히 의아스럽고, 셋째는 이토가 내일 아침 새벽에 여기를 지나갈 터인즉, 일을 치르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일의 기회를 잃어버리면 다시는 일을 도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자네는 여기서 머물며 내일의 기회를 기다려 틈을 보아 행동하고, 나는 오늘 하얼빈으로 돌아가 내일 두 곳에서 일을 치르면 충분히 편리할 것이다.
만일 자네가 일을 성공치 못하면 내가 꼭 성공할 것이요, 만일 내가 일을 성공치 못하면 자네가 꼭 일을 성공해야 할 것이다. 또 만일 두 곳에서 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다시 여비를 마련한 다음 상의해서 거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완전한 방책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서로 작별하고, 나는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돌아와 다시 유동하를 만나 전보의 글 뜻을 물었으나, 유씨의 답변이 역시 분명치 않으므로 내가 성을 내어 꾸짖었더니, 유씨는 말도 아니하고 문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 <안응칠 역사> 173~174 쪽이토 히로부미 행장 (2)1909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