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관 치료가 끝난 후에는 금관 수복을 해주어야 한다. 근관 치료로 약해진 치아는 저작력을 받으면 부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승훈
근관 치료를 함부로 시행해서는 안 되는 세 번째 이유는 진료 비용의 상승에 있다. 근관 치료를 시행한 이는 많은 치질 상실과 치수의 제거로 일반 치아에 비해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태이다. 형태가 온전하다 하더라도 죽은 나무가 살아있는 나무에 비해 훨씬 약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약해진 상태에서 계속해서 씹는 힘을 받는다면 해당 치아는 부러진다. 이를 막기 위해 금속 등으로 치아를 보강해 주는 술식이 필요하다.
흔히 '금으로 씌운다'라고 표현되는 금관 수복은 현재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비가 비싼 편이다. 여러 날에 걸쳐 아픈 치료를 받고 이제 끝났나 보다 하는 마음인 환자에게 다시 고가의 진료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참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 외에도 금관 수복을 위해 또다시 많은 양의 치질을 삭제해야 하는 것 역시 환자의 치아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근관 치료에 신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높지 않은 성공율에 있다.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너무 쉽게 '그냥 신경 죽여 주세요'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근관 치료의 성공율은 90~95%에 불과하다. 만약 술식이 실패할 경우 해당 치아는 발치 후 틀니, 임플란트 등의 방법으로 수복해야만 한다. 90%라는 숫자가 높게 느껴지겠지만 근관 치료를 시행한 10명 중 한 명은 해당 치아를 상실한다고 생각한다면 근관 치료가 얼마나 어려운 술식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것 역시 의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당장 큰 동통을 느낄 만큼 심하게 이가 썩은 환자라면 치료 과정의 아픔이나 예후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큰 불편이 없던 환자라면 치료 도중에 치료 전 보다 더 큰 불편감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그 아픈 것을 참아냈음에도 치아를 상실했다면 누구라도 의사를 불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벼운 충치로 판단(내원 당시에는 시큰 거리는 불쾌감 수준) → 충치가 깊어서 근관치료 결정(치료를 받고 나니까 처음 왔을 때보다 아픈 정도가 더 심하다. 슬슬 이 의사가 건드리고 나서 이가 더 아프다는 생각에 신뢰감 하락 중) → 한 달 넘게 치료를 하더니 실패했다고 뽑고 임플란트 하란다(애초에 별로 아프지도 않은 이였는데 병원 치료를 받으니까 임플란트로 바뀌다니!).
정확한 사전 지식 없이 위와 같은 과정을 겪는다면 누구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치과의사라면 신이 아닌 이상 여러 차례 겪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