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순국직전의 안중근 의사의 담대한 모습
눈빛 <대한국인 안중근>
순간 나는 '죽어도 좋아'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이 말은 1960년대 초 미국 영화 <Phaedra>의 우리말 제목으로 주제곡과 함께 널리 알려졌다.
이 영화 주인공들은 사랑을 위해'죽어도 좋아'였다. 하지만 나는 그와 다른 차원에서 '죽어도 좋아'다.
나는 지금 우리 현대사에 가장 위대한 애국자요, 영웅인 안중근 의사가 마지막 가신 길을 순국 100 주년을 맞아 그대로 뒤쫓고 있다.
그러면서 안 의사 유적을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고, 의사의 행장을 무딘 붓을 휘두르고 있으니, 대한의 한 기자로서, 작가로서 더 이상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그야말로 공자가 말한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와 같은 심정이다.
내가 안중근 의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50년대 말로 구미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무렵 내 고향 구미에는 전용영화관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영화가 들어오면 구미면사무소 옆 의용소방대 창고에서 상영했다. 영화 한 편을 감상하려면 필름이 최소한 네댓 번은 끊겼고, 화면에서는 줄곧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때 우리들은 영화감독이나 주인공, 배우의 이름은 잘 몰랐다. 그저 등장인물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눠,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의 모함에 누명을 쓰고 곤경에 빠지다가 마침내 진실이 밝혀져 복수를 하면 박수치고, 나쁜 사람이 계속 좋은 사람을 해치면 눈물을 흘리거나 탄식했다. 그러면서 포스터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 얼굴에 흠을 냈던, 픽션과 논픽션도 제대로 구별 못하는 유치한 어린이였다.
영화 상영 중, 필름이 끊어지면 휘파람을 불거나, "내 돈 물리 도!"하고 아우성쳤던 기억이 여태 뚜렷하다. 그런데 그때 단체로 본 영화 가운데 전창근 감독 주연의 <고종황제와 안중근>만은 주인공 안중근 역의 전창근은 물론,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배우 최남현도 여태 기억이 난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 플랫폼에서 권총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뜨릴 때 가마니를 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