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수죄인을 참하여 저자거리에 내거는 형벌. 그림은 구한말 조선을 취재한 L. 로세티(Rosseti)가 스케치한 펜화
Rosseti
"역적 유탁의 처 수정이 상을 범하는 못된 말들을 마구 내뱉고 있습니다. 무지한 여인네지만 그대로 둘 수 없으니 이괄 처의 예대로 처참하게 하소서."입을 막는 방도는 목을 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참에 처하라."인조의 윤허가 떨어졌다. 이튿날, 수정이 형장에 끌려 나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도둑놈을 앞장세우지 못하고 먼저 죽는 것이 억울하다. 하지만, 그놈도 3년 안에 뒈질 것이다. 내 저주가 통하지 않아 그래도 살아 있으면 구천을 떠돌던 내 영혼이라도 내려와서 그놈의 목을 거두어 갈 것이다.""이 년이 죽어가면서도 혓바닥을 놀리느냐?""네놈도 똑똑히 들어라. 도적놈의 주구노릇을 하는 놈을 뭐라 하는지 아느냐? 개다. 네놈이 중광 문과에 급제하여 감사 질을 하고 있다만 소신 없는 벼슬 질은 개만도 못하다. 네놈도 삼복더위에 몽둥이 맞는 개처럼 실컷 얻어맞고 길바닥에서 뒈질 것이다. 퉤퉤"침이 튀는 거의 같은 시간. 망나니가 탁배기 사발을 들었다. 막걸리를 입에 털어 넣은 망나니가 칼끝에 막걸리를 뿌렸다. 허공에 뿌려진 막걸리가 뿌연 안개를 만들어 냈다. 그 안개 속에서 칼춤을 추던 망나니가 칼끝을 아래로 그었다. 피가 솟구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이 떨어졌다.
잠시 후, 영문밖에 머리가 걸렸다. 수정이었다. 억울해서 일까? 눈을 감지 못하고 뜨고 있었다. 수정이의 머리를 발견한 백성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공포다.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내린다는 여인의 저주가 통했을까? 인조는 수정이 죽은 지 3년 만에 죽었고 감사는 가산에서 비명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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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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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3년 안에 죽을 것이다"...여인의 저주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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