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이자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을 소개한 책 표지에 기능보유자인 '김윤수 심방'의 모습이 보인다.
최육상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은 바다를 일터삼아 살아가는 해녀와 선박 소유주 등 마을 주민들이 심방(무당)의 주도 하에 드센 바람을 잡기 위해 한데 모여 벌이는 영등굿을 소개한 것이고, <세계자연유산 제주>는 설문대할망이 넉넉한 품으로 수십만 년 전 자연을 보듬고 있는 제주도의 곳곳을 소개한 것이다.
매년 음력 2월이면 제주도 칠머리당에서는 '영등굿'이 벌어진다. 영등굿은 겨울과 봄의 전환기, 꽃샘추위 때 제주를 찾아오는 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계절 제사이자 종합의례 성격을 띤 마을굿이다.
제주도의 음력 2월은 영등바람 때문에 몹시 춥다. 실제 지난 3월 28일(음력 2월 13일) 도착한 제주도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러나 영등굿이 벌어지던 29일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 한 점 없이 화창했다.
굿이 벌어지는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한결같게 이 같은 날씨를 빗대 "정말이지 영등할망이 바람 몰고 가버렸수당"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영등신은 많은 의미를 안고 있다. 영등신은 시베리아에서 서북계절풍을 몰고 제주섬에 와서 동백꽃, 복숭아꽃을 피워 봄기운을 돋우는 존재이다. 제주도에 새봄이 찾아오는 이러한 계절의 변화를 제주도 사람들은 "영등할망이 바람을 몰고 찾아와 땅과 바다에 씨를 뿌리고 간다"고 말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영등할망이 올 때 딸을 데리고 오면 날씨가 좋다고 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해에는 궂은 날씨가 계속된다고 풀이한다. 조선시대 기록으로 보아 영등굿은 500년이 넘게 이어 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혹시, 그 때부터 자연 현상인 영등바람을 놓고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을 해석해 온 것은 아닐까? 영등굿을 볼 당시에는 몰랐는데, 영등굿에는 시집살이로 녹초가 된 며느리의 아픔도 배어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