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림 아나운서
양지웅
"방송3사, 그러니까 KBS, MBC, SBS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카데미도 다니고 시험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요. 솔직히 되는 사람들은 0.001퍼센트잖아요. KBS, MBC, SBS, 그리고 YTN 정도 외에는 거의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가 힘듭니다. 정규직 일자리 자체도 많지가 않고, 사내 아나운서 같은 경우도 대부분 계약직이거든요. 그리고 대부분 경력직으로 뽑거든요. 그러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방송국의 리포터를 뽑는 데에도 몇백 명씩 지원자가 몰립니다."
2003년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정혜림씨는 고등학교 시절 방송부를 하면서 키워왔던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외교학과 국문학을 복수전공했다. 그런데 막상 아나운서 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서 접한 현실은 그녀의 생각과 큰 차이가 있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려고 아카데미에 들어갔더니 정말 얼굴이 인형처럼 예쁜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전공은 무용, 미술, 바이올린, 이런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이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나운서 시험 보러 다니면 정치 같은 것을 물어보는 곳은 거의 없고요. 대부분 대본 읽는 것만 시키더라고요.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잠깐 단기적으로 소모됐다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정혜림씨는 2008년 가을의 어느날 우연히 아나운서 모집 공고를 보고 소위 운동권(?) 언론사인 '민중의 소리'가 운영하는 <한국노동방송> 아나운서에 지원했다. 학창 시절에 운동권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그녀는 단순히 1년 정도 경력을 쌓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을 했단다.
"입사하고 3개월간 수습이었는데요. 아나운서 교육보다는 오히려 기사쓰기, 카메라 촬영하고 편집하는 방법, 사진 촬영, 오디오 편집 등을 배우고, 하여간 방송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배웠습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는 고급스럽게 말하는 방법만 배웠거든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재미있었습니다."일반 아나운서가 받을 수 없는 전천후 교육을 받았기 때문일까? 그녀는 다른 아나운서들은 10년이 걸려도 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들을 아나운서 1년 만에 두루 섭렵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일주일 만에 현장 리포팅을 시키시는 거예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1시간짜리 시사 라디오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생방송으로요. 대본도 제가 직접 쓰고요. 단식 중인 이정희 국회의원과 한 시간짜리 토크쇼를 하기도 하고요. 다짜고짜 그렇게 시키는데 그게 순발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진짜 언제 제가 그런 무대에 서 보겠어요? 국회의원과 토크쇼를 하고 말이에요. 일반 방송국에서 리포터나 아나운서를 해도 그런 기회가 절대 없거든요. 이제 1년 좀 넘었는데 아나운서로서의 일 외에도 가끔 기사도 쓰고 필요한 때에는 카메라 기기나 오디오를 다루기도 합니다."위험기피자, 위험한 언론사의 아나운서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