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수업종이 한 장을 나누어주고 봄 수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보니 아이들은 결코 생각이 없는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안준철
지난 토요일(20일), 자치적응활동 시간에 반 아이들과 봄 수업을 했습니다. 봄 수업이란 아이들에게 계절과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한 수업입니다. 영어교사가 수업시간에 모국어로 봄 수업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곤 했는데 올해는 제도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반 아이들과 하게 되어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퇴근 후 교정을 걸어 나오면서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이때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글을 읽다가 비수에 찔리듯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걸음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대체로 제 인간적인 미숙함이나 실수로 인한 것들이었지만 지내놓고 보면 약이 되었던 것들도 많았습니다.
봄 수업에 어떤 특별한 형식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너무 막연해 할까봐 칠판에 몇 가지 제목을 써주긴 했습니다. 그 제목별로 아이들이 쓴 글을 소개할까 합니다. 35명의 반 아이들이 쓴 글을 다만 한 줄이라도 빼놓지 않고 옮겨 적으려다가 마음을 접습니다. 그래도 뽑히지 않은 아이들의 글이 마음에 걸리네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은 내 머리에 들어 있는 소중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내 생각에서 나온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항상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필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나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지금까지 함께 생활해 왔었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기뻐해주고 위로해 주었던 내 가족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비록 돈도 건강도 소중하지만, 가족이 없다면 그 큰 슬픔은 없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벌면 되고, 건강이 없으면 차근차근 회복할 수 있겠지만 내게 가족이 없다면 어떤 것으로도 가족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겐 너무 소중한 가족, 지금 이 봄이 지나기 전까지 바람처럼, 새처럼, 화사한 사람이 되자.' ♧봄에 느끼는 것들'봄비, 신선하다.'
'봄은 후회를 소망으로 바꿔주는 신비로운 힘을 지녔다. 봄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난 절대 포기와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다.''추워서 비틀거리는 것도 없고, 옷을 몇 겹씩 입지 않아도 된다. 햇볕이 살짝 비추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면 봄이란 새시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