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1] 최근 5년간 가산금리 평균
새사연
하지만 이 법안이 가산금리 상승의 추세를 꺾지는 못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2010년 이후를 계산해보면 2011년에는 1.69퍼센트, 2012년에는 1.80퍼센트, 2013년에는 1.92퍼센트, 2014년에는 2.00퍼센트로 가산금리의 상한선이 결정된다. 2009년의 가산금리가 3퍼센트에 육박했던 탓에 이후에도 가산금리의 평균은 조금씩 오르게 된다. 또한 새로 만들어진 COFIX의 경우 지난 5년의 평균 가산금리를 산출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가계대출 금리 규제 방향전체 은행에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를 겪은 후부터이다. 즉, 은행의 수익성 추구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999~2006년 동안 총 19개 일반은행의 118개 관측치를 사용한 분석에 의하면 시장성 수신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가계대출 비중은 높았으나 기업대출 비중은 낮았다. 또한 운전자금 대출 비중은 높았으나 시설자금 대출 비중은 낮았다. 이는 은행들이 값비싼 모니터링 비용과 높은 부도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심사하기 편하며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의 차이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일반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결국 문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라는 본연의 역할, 공공적 성격을 소홀히 하고 수익성 추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문제의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금리 결정에 이용되는 위험 프리미엄과 마진율 등의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금리 결정의 블랙박스를 해체하는 의미를 갖는다. 금융은 곧 신용이다. 신용이 금리를 결정한다. 금융산업은 국가가 보증하는 신용의 기반 위에 서있고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권한은 국가로부터 위임받아서 수행하는 것이다. 은행이 갖고 있는 금리 결정 권한 자체가 사회적으로 주어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서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정당하다.
둘째, 최근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과 같이 국가가 은행의 금리를 상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금융 조정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두 나라는 가계대출을 포함한 소비자 금융의 대부분을 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중앙은행이 3개월에 한 번씩 소비자 금융, 부동산 금융, 사업자 금융 등의 시장평균금리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이것의 1.3배를 넘는 금리는 소비자법에 의해 폭리로 규정하여 처벌한다. 독일의 경우 민법 및 판례에 의해 시장평균금리의 2배를 넘는 금리는 폭리로 규정하여 무효가 된다. 무효로 판명된 거래의 경우 이자를 갚을 의무는 없고 원금만 갚으면 된다.
정리하자면 은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은행의 공공적 성격인 자금중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이자 없는 은행인 이슬람 은행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이슬람 은행의 경우에는 아예 이자가 없다. 대신 수익도 손실도 함께 나누는 배당금의 개념으로 운용된다. 은행이 예금을 받은 경우 그 돈을 운용하여 수익을 거둔 만큼 이자를 돌려주고, 은행이 대출해준 경우 대출받은 사람이 그 돈을 운용하여 수익을 거둔 만큼 은행에게 이자를 내면 된다.
이슬람 은행에 이자가 없는 표면적 이유는 코란에서 돈놀이를 엄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적정한 이자와 고리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과 손실이 나더라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면 자본을 가진 자는 언제나 수익을 얻게 되는 자본주의의 불공정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며 시장의 원칙에 맞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활발한 외환이동과 국제무역을 통해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슬람처럼 이자를 없앤다는 것은 지나친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은행이 완전한 시장의 가치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위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일은 지금 우리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새사연 이수연 연구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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