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두기용두암 가는 언덕에서 내려다 본 모습. 제방의 아래 끝쪽의 구조물 안에
'엉물'이 있다.
이광진
용연에서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길은 언덕을 타고 오르는데, 다 올랐을 즈음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넓고 푸른 제주의 바다가 반겨주는데, 이 언덕에서 바라보는 용연 쪽 풍경도 멋드러진다. 물론 지금은 매립되어 넓어지고, 길어지고, 높아진 탑동의 선들이 이 맛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여전히 볼 만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용연을 품은 한두기를 바라보다가 다시 언덕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 용두암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몇 발짝 더 가면 용두암이라는 표석과 한 마리 말이 맞이하는데, 이 말이 요새는 통 보이질 않아 걱정이 된다.
말에 태워 사진을 찍어주고 그 값으로 사는 할아버지도 역시 자리에 없다. 한 번은 말은 없고, 할아버지만 계시길래 어디갔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쉬하러 갔어."
아무튼 사람 많고, 바람많은 용두암 언덕에서 하릴없이 서 있고, 앉아있는 건 말에게나 사람에게나 고역일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내려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살을 에일 듯 불어왔기 때문이다. 휴지통을 감싸고 있던 비닐 봉지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려는지 계속 요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