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유성호
도교육청은 늦어도 2010년 상반기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010년 상반기는 김 교육감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자, 교육감 선거를 포함한 지방선거가 열리는 때다. 만약 김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해 성공한다면 학생인권조례는 날개를 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김 교육감이 낙마하는 상황이 오면 학생인권조례의 운명도 장담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러니 도교육위나 도의회는 벌써 '뜨거운 감자'가 된 학생인권조례 논의와 처리를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크다.
결국 천부인권을 밑바탕에 둔 학생인권조례마저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그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학생인권조례 역시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바라고 있다.
세 차례 열린 공청회를 돌아보면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며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은 편이었다. 특히 학생들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논리와 근거로" 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익 진영의 반대 목소리도 꽤 나왔다.
이제 도교육위와 도의회로... 학생인권조례, 살아남을 수 있을까특히 여러 현장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학생을 지도할 수 없고, 교권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추락한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벽제중학교 학생부장이라고 밝힌 교사는 25일 의정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위의 하진우 학생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런 논리를 펼쳤다.
"하진우 학생은 '선생님이 오셨다'가 아닌 '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학교에서 교권이 추락했다. 우리 학교에는 한 반에 40명이 넘는 교실이 있다. 사실 20명이 넘으면 아이들을 인권적으로 돌봐줄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엄청난 혼란이 온다."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최선도 한국교원노조 경기본부장은 "학생인권조례는 대학생에게나 이상적인 조례"라며 "물론 명문고, 외고, 과학고엔 학생인권조례를 던져놔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이외의 일반 학교에 던져 놓으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즉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리는 이른바 '명문고', 외고, 과학고 외의 다른 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이 발언은 명예훼손이나 인권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
이 발언을 들은 한 학생은 "교사가 저런 식으로 인권 침해 발언을 하고 일반고 학생을 무시하기 때문에 더더욱 학생인권조례가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며 "명문고, 외고, 과학고 학생들만 인간이고 다른 학생들은 인간도 아니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인권조례, 외고·과학고 이외 학교에 던져 놓으면 큰일 난다"강순원 한신대 교수는 "한 교실 학생수가 40명이어서 인권적으로 대하지 못하겠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인권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냐"며 "인권은 학생 숫자를 갖고 흥정하거나 조절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병춘 변호사 역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교권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는 심각한 오해"라며 "대통령 권한이 남용될 수 있듯 교권도 남용될 수 있는 것이다, 교권은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양쪽의 견해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야 겨우 학생 인권을 공론화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지금 외줄 위에 서 있다. 천부인권을 주장한 철학자를 모른다고 학생을 구타하는 교실이 계속 이어질까, 아니면 학생들에게도 존중받을 인권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2010년 이 땅에서 꽃피게 될까?
새삼스럽게 포털사이트를 이용해 '천부인권설'을 검색해 봤다. 이렇게 나왔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늘이 준 자연의 권리, 곧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학설. 홉스나 로크와 같은 18세기 계몽사상가들이 주장하여 미국의 독립 선언이나 프랑스 인권 선언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수백 년 전, 그러니까 18세기 계몽사상가들이 주장한 내용을, 한국 사회는 지금 논의하고 있다. 올해는 20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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