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권우성
용산참사가 벌어진 게 2009년 1월 20일이다. 삶터를 빼앗는 재개발에 맞서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은 망루를 세워 저 높은 곳으로 올랐다. 지상에 온전히 발붙이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 가난한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늘 높은 곳으로 향했다.
90년대 초반 울산의 노동자들은 '골리앗'으로 올랐고, 21세기 노동자들은 고공크레인에 올랐으며,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공장 지붕에 올랐다. 그리고 재개발에 밀리고 밀린 철거민들은 망루를 세워 올랐고, 용산 철거민들은 남일당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서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른 게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살고 싶어 그리 오른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장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불지옥'을 내렸다.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높은 지위의 책임 있는 사람들은 저 낮은 땅의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말로라도 "그래, 미안하다"고 한 마디 던지지 않았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그래서 싸웠다.
사람이니, 그리고 가족이 죽었으니 정확한 그 원인이라도 알고 싶었다. "도심 테러리스트"가 아닌 정확한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 그리고 남일당 점거 하루만에 그리 강경하게 진압에 나선 책임자들에게 사과 한 마디 듣고 싶었다. 보상은 그 나중의 일이었다.
모진 1년 동안 싸우고 싸웠지만... "미안하다" 말 한 마디 듣기도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