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의 시신 옆을 걸어가는 어린이. 목축을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가축을 잃고 시름에 빠져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오래된 빈곤의 역사, 하지만 충분한 식량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기아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선사시대부터 로마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19세기 산업혁명에 이르러서야 인류는 생산성의 향상을 경험하게 된다. 비로소 물질적인 풍요가 시작되는 듯 여겨졌지만, 기아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정세 변동적인 기아(또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인 기아'를 구별한다. 정세 변동적인 기아란 한 국가의 경제가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갑작스럽게 침몰하면서 발생하는 기아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가뭄이나 쓰나미가 덮쳐 마을이나 경작지, 도로, 수원지가 파괴되어 갑작스럽게 식량이 바닥나고 수백만의 인구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이다. 구조적인 기아란 전반적인 저개발 경제상태로 발생하는 기아를 가리킨다. 저조한 생산력,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비,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오늘날의 세계인구는 약 68억 정도 된다. 하지만 이미 1984년 당시의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120억 명의 인구를 먹어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2400~2700 칼로리 정도의 먹을 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량이 제대로 공급된다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 남을 것이다.
서구에는 오래 된 신화가 하나 있다. 기아가 지구의 인구밀도를 조절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생존하도록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조절한다고 믿는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세 변동적인 기아와 구조적인 기아는 모두 부채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다. 어떠한 면에서 기아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렇다면 기아로 죽은 이들은 살해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외국의 도움을 받던 우리나라, 과연 얼마나 돕고 있나?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원조의 수혜국가에서 공여국가로 자리바꿈을 한 나라이다. 그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해외원조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촌의 빈곤 퇴치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과 기여도는 과거 우리가 받았던 해외원조를 돌이켜 볼 때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한 ODA는 7억 9700만 달러로 OECD 개발 원조위원회 회원 22개 국가 및 개발원조위원회 비회원국 5개국을 포함한 27개 국가 중에서 19위 수준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ODA 규모를 2015년까지 OECD의 평균수준인 GDP의 0.25%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나,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고려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르 위고는 "당신들은 구호를 받는 가난한 자들을 원하지만, 나는 가난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구촌에 만연한 빈곤이 퇴치되기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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