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까페 <캘커타> 예전 모습. 아련하고 그리운 모습입니다.
최종규
지지난해에 전주 나들이를 하면서 〈홍지서림〉을 찾았을 때에는, 〈홍지서림〉 2층에 마련되어 있다는 쉼터를 구경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홍지서림〉을 찾았을 때, 이곳 2층에는 걸상 하나 없이 빼곡하게 전문기술서적(대학교재와 참고서)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올해와 지난해에는 아직 가 보지 못해 이 모습이 그대로인지, 새롭게 꾸며 놓았는지 궁금합니다. 책장사를 하는 가운데 다리쉼을 하며 책 읽을 자리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요, 그 자리에 책꽂이를 몇이라도 더 놓으면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여깁니다. 사라진 책방 〈종로서적〉은 한 개 층 한쪽 끝에 걸상을 놓고 차를 즐기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제법 큰 책방이 아니고서는 이런 자리를 열어 놓기는 힘들다고 느낍니다.
그러고 보면, 도시이든 시골이든, 누구나 스스럼없이 드나들면서 해를 가리고 눈비를 그으며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즐기는 가운데 낮잠을 자든 책을 읽든 이야기를 나누든 장기바둑을 두든 그림을 그리든 멍하니 앉아 있든, 또는 차나 술 한잔 즐기는 쉼터가 몹시 드문 우리 나라입니다. 버스를 타는 곳에도 앉을 자리는 아주 적거나 없습니다. 전철을 타려고 기다리노라면, 이 전철을 타는 사람 숫자와 견주어 앉을 자리가 대단히 모자랍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인천이든 대구이든 대전이든, 빌딩숲만 길디길게 이어질 뿐, '따로 돈을 치르지 않고 쉴 자리'는 아주 드뭅니다. '돈을 치르고 쉴 자리'라 하여도 두 다리 쭉 뻗고 쉴 만한 자리가 못 되기 일쑤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느긋하게 들르며 마음을 살찌우거나 쉴 '책쉼터'뿐 아니라, 여느 '쉼터'조차 없는 삶자리를 이냥저냥 흘려보내고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나라 공무원이든 공무원 아닌 여느 사람이든, 우리 스스로 우리 삶터를 넉넉하고 살가운 마을로 가꾸는 데에는 눈길을 못 두고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