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앞. <대양서점> 1매장은 큰길가, 고가도로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종규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곰곰이 헤아려 본다면, 한두 해가 아닌 열스물 해, 또는 서른마흔 해를 한길을 파면서 한 자리에서 꿋꿋하게 지키곤 하는 헌책방입니다. 사람들은 나날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는다고 하는데 헌책방은 무슨 재주가 있어서 그리 오랜 나날을 뿌리내리며 버틸 수 있을까요. 웬만한 새책방은 모조리 문을 닫는 판에, 헌책방은 살림을 어떻게 꾸리고 책은 어떻게 간수하며 손님은 어떻게 맞이하기에 기나긴 나날에 걸쳐 크게 도드라지거나 돈을 번다는 소식은 없어도, 모두들 이렇게 제자리를 고이 이어나가고 있을까요.
"기자들은 헌책방을 몰라요. 헌책방을 알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나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은 헌책방을 모르지 않잖아요. 동네에서든 멀리서든 우리 헌책방을 찾아와 주는 분들은 헌책방에 깃든 좋은 보물을 알고서 찾아와 주세요." 가게삯을 내고 책을 새로 사들이는 데에 돈을 치러야 하고, 전기값이니 물값이니 자잘한 세금을 내고(전기값은 자잘하지 않습니다만), 여기에 헌책방을 지키는 일꾼으로서 당신 몫을 어느 만큼 챙겨야 하며, 이렇게 챙긴 몫으로 집살림을 꾸립니다. 때때로 술 한잔을 걸친다든지 바깥밥을 사먹는다든지 마음을 풀고자 나들이를 떠난다든지 합니다. 이렇게 하자면 헌책방 한 곳은 날마다 어느 만큼 책을 팔고 어느 만큼 돈을 벌어야 할까요. 이처럼 헌책방 살림을 꾸리도록 하는 책들은 어떠한 책들일까요. 헌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떠한 책에 눈길을 보내고 어떠한 책에 손길을 뻗치며 어떠한 책을 읽으며 마음길을 다스릴까요.
저 스스로 헌책방이 좋고 책이 좋아 헌책방마실을 합니다. 헌책방 이야기를 글로 끄적거리고 헌책방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 까닭 없이, 저부터 헌책방이라는 곳을 얼마나 속깊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 스스로 헌책방 책살림을 얼마나 찬찬히 보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돌이켜봅니다. 헌책방 한 곳이 살아내는 발자취를, 헌책방 일꾼 한 사람이 살아가는 발자취를, 책 하나가 헌책방을 드나들며 빚어내는 발자취를, 이 하나하나를 얼마나 곰곰이 헤아리고 이 하나하나를 얼마나 두루 아울러 돌아보는 삶인가 하나하나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