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다면 명진 스님은 회향일(8월 30일)까지 하루 세 차례씩 3000번의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기도가 2999번에 그칠 것을 아쉬워하는 신도들도 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은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도라는 것, 수행이라는 것이 뭡니까? 법당에 가 절을 해야만 기도이고 선방에 들어앉아 참선을 해야만 수행입니까? 아닙니다. 세상과 더불어 같이 아파하고 기뻐하는 것이 기도고 수행입니다. 더군다나 뜻하지 않게 죽은 이를 천도해주십사 하는데 수행자가 그 간절한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된다는 말입니까?" 명진 스님 역시 불자인지라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방패와 곤봉, 경찰력으로 지탱하는 이명박 정권을 질타하면서 "몰염치하고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3치'가 MB 정권의 시대정신"이라고 일갈했다. 최근 느닷없이 중도 강화론과 서민 강조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이른바 '2MB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3치'는 안성맞춤의 치수이기도 하다.
논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연설할 때마다 '첫째, 둘째, 셋째'가 입에 붙어 있는 김대중(DJ) 전 대통령만큼 3을 좋아하는 정치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71년 대통령후보 시절에 '3단계 통일론'으로 박정희를 혼쭐나게 했던 DJ는 지난 1월 이명박 정부 1년을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그리고 남북관계의 3대 위기'라는 프레임으로 가둔 바 있다.
이 가운데 서울광장과 용산참사, 그리고 비핵개방3000은 이른바 '2MB 정권'의 3대 위기를 상징하는 '현장'이다.
'2MB 정권'의 3대 위기를 상징하는 현장이명박 대통령은 2002년 7월 서울시장에 취임하자마 시청 앞 광장 조성을 추진해, 2004년 5월 1일 서울광장을 개방했다. 그는 당시에 "시청 앞 광장이 집회나 시위의 천국이 돼 시청이 심한 소음에 시달린다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면서 "시청 앞 광장이 시정은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이후 서울광장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는 광장이 열려 있을 때보다 경찰버스로 닫혀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오죽했으면 참여연대와 야당들이 나서 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자는 조례 개정운동을 벌일까 싶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째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신 5구는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 속에 갇혀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대통령의 침묵은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의미한다. 경찰이 이들과 아픔을 함께 하는 신부를 버젓이 구타하고, 검찰이 1만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 중 경찰 핵심 지휘관들의 진술조서 등이 포함된 3000여 쪽을 변호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막무가내로 나오는 것도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오히려 공권력의 폭력을 사면하는 인사로 책임자들을 중용하고 있다. 용산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전 경찰청장은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로 복귀했다. 용산 참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수사기록 3000쪽을 은폐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또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는 최근 용산 철거 현장 화재 사건 당시 작전을 그대로 재연한 종합전술훈련을 보란 듯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