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 자전거는 행주다리를 건넙니다.
최종규
방화동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려 경기도 파주 출판문화단지에 닿습니다. 이곳 한켠에 깃들어 있는 대안학교인 파주자유학교에 들어섭니다. 한 시 반부터 하는 '자전거 정비 수업'에 이십칠 분 늦었습니다. 낯과 손만 얼른 씻고 아이들하고 자전거 수업을 합니다. 수업을 마칠 즈음, 아이들한테 '꽃바구니 자전거'를 보여준 다음 한 사람씩 타 보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또 자동차도, 또 길을 가는 사람들도 이 꽃내음을 나누어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꿈을 꿉니다.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자전거로 달리자니 무릎이 너무 시큰거리고 고단해 주엽역 민우회생협에 들러 아기 치솔을 산 다음, 이곳부터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3호선 전철에 바퀴걸상 자리가 없습니다. 3호선 전철 가운데에는 바퀴걸상 설 자리가 없는 녀석이 꼭 있습니다. 맨 앞쪽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방으로 받쳐 놓습니다. 종로3가에서 국철로 갈아타고 용산에서 동인천급행으로 다시 갈아탑니다. 지친 몸을 쉬며 책을 조금씩 펼쳐 읽는데, 전철에 탄 사람들 가운데 꽃바구니에 눈길을 두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제가 못 보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길에 지치고 고단하여 그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리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모쪼록, 잠결에 코끝으로 스치는 꽃내음이 전철을 감돌고 있었음을 느꼈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