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저기도 데이트 중인 연인.
문종성
<에피소드 둘>소방서 직원 중에 여성이 있었다. 단정한 옷차림에 까무잡잡한 피부, 현지인치고는 단아한 외모와 그래도 나름 공부를 한 탓에 소방서에 들어오게 된 깨어있는 여성이었다. 나와 스칠 때마다 쑥스럽게 눈웃음치는 그런 친구였다. 그런데 뭔가 낌새가 요상하려니 다른 대원들이 나와 그녀를 엮어주려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들으라는 듯 재밌으라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심성 곱고 얼굴도 예쁜 좋은 여자라구. 잘 해 봐!"
"야, 우리한테는 관심도 안 주더니 자전거 타는 한국 녀석한테 푹 빠졌네."
"둘이 눈 맞는 거 아냐? 여기다 살림 차리면 안 돼. 애 키울 데가 없거든!"
그러면서 서로들 낄낄대는데 그것이 이방인인 나에게 좀 더 친밀하게 대하는 그들만의 장난이었다. 어쩌면 지금 생각에 혹시나 괜한 질투심(?)에 오히려 고도의 방해공작이 아니었나 싶다. 하긴 소방서 사무실 아줌마를 빼면 인물 괜찮은 유일한 여성이었으니.
그것 때문일까. 아쉽게도 그녀와는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했다. 그녀는 늘 일상적인 인사와 안부만 건네고는 웃음으로 서로의 거리를 메웠다. 덕분에 이름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녀의 미소를 보면 그녀의 이름과 플로레스 소방서가 단번에 기억날 텐데 말이다. 이젠 그녀의 앞날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추억을 대신해야 한다.
이렇듯 지금도 생각나면 가고 싶은 중남미의 소방서들이 많이 있다. 너무 따뜻했던 만남들, 그리고 살가운 정들. 자전거 세계일주 하면서 괜히 숙박의 80%를 소방서나 경찰서에서 해결하는 게 아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데 감정을 아끼지 않는 멋진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밤 새로운 도시에 들어가 찾아가는 소방서로의 발걸음 언제나 설렌다. 또 하나의 정겨운 추억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