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추모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박효원
이에 김희중 광주대교구 총대리주교는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7개 종단 지도자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용산에서 벌어진 일을 아느냐? 가톨릭의 미사가 유린당했다.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정부가 위로해주지 않아서 종교가 나서서 그들을 위로하고자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정부가 그것을 외면하고, 그것에 불법 폭력까지 동원하는 일이 옳은 일이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보도한 천주교 매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김희중 주교의 발언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최근덕 성균관장이 "거룩한 제사가 이뤄지는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말도 안 된다"라며 공감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이 말에 당황해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알아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김희중 주교는 광우병쇠고기 문제로 촛불문화제가 한창이던 지난해 5·18기념성당인 광주 남동성당에서 열린 5.18 기념미사에서 "주인(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머슴은 쫓겨날 것이다"라는 '머슴추방론'을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종교계 시국선언은 그만큼 민심이 동요하고 있음을 반영개신교에서는 16일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총회장 서재일)가 포문을 열었다. 목회자 1,221인이 공개서신 형식을 빌려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기장 목회자들은 "지상에 영원한 권력은 없다. 권력이 국민의 뜻을 거슬러 지배하려고 할 때 심판을 면할 수 없다"면서 "오직 겸허히 국민을 섬기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이가 걸어야 할 마땅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에게 ▲ 과도한 공권력 남용 자제 및 표현·집회·시위·결사·언론 자유 신장 ▲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상생 정치 실현 ▲ 남북의 극단적 대결 지양 및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화·공존 ▲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즉각 중단 ▲ 방송법 개악 중단 등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이하 목정평) 소속 목회자 1천여 명도 18일(수) 오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대강당에서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개신교 목회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주주의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으며, '국민들의 삶을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공약의 혜택이 실제로는 소수의 특권층에 편중되면서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졌으며,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벌어졌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신교 목회자들은 19일에는 선언내용을 신문광고에 내고 7월 2일 이후 매달 '나라를 위한 기도회'라는 제목으로 전국 각 지역(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군산, 전주 등)을 순회하는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3대 종교인 불교·기독교·천주교 성직자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자 언론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교수사회나 시민사회의 경우 대체적으로 사회비판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종교의 경우는 사회 안정을 희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성직자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처음 서울대 교수 124명이 시국선언을 하자 "서울대 교수가 모두 몇 명이냐. 1,700명이 넘는 교수 가운데 시국선언에 참여한 자들은 불과 124명 아니냐"는 식으로 비아냥대고 계속 이어지는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좌파들의 음모로 몰아붙였던 청와대와 한나라당, 조중동 보수언론도 종교계의 시국선언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는 2007년 변양균·신정아 사건 당시 불교계를 자극했다가 전국 사찰 차원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방상훈 사장이 직접 주필, 편집국장, 문화부장 등을 대동하고 조계종을 방문해 사과한 경험이 있다. 자칭 구독률 1위를 외치던 <조선일보>가 사장 방문이라는 굴욕을 택하면서까지 불교계 달래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불교계의 구독거부운동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각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종교계마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청와대 등 집권세력이 어떤 식으로 정국을 돌파할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 결국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이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한데, 만약 이 대통령이 민심을 거스른다면 임기를 제대로 채울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종교계의 대규모 시국선언은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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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종교계 시국선언마저 무시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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