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남편인 세종(독고영재)
MBC
독자적인 권력기반 외에, 우리를 더욱 더 놀랍게 하는 것을 미실은 갖고 있다. 그것은 하나도 아니고 손가락을 꼽아야 할 정도로 여럿이다. 화려한 남자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남자를 몇 명이나 둔 것인지, TV 화면상에는 '미실의 남편'이니 '미실의 정부'니 하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더욱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하는 것은, 미실의 남자들이 서로 질투심도 없이 함께 마주앉아 미실의 다음 결혼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미실과 남자들 사이의 다부(多夫) 상황은 우리의 고정관념으로는 그저 한없이 낯설기만 한 것이다.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그래도 남성 우위를 향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남자들로서는, 아내나 여자친구가 <선덕여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살짝 고민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드라마 <선덕여왕> 속 다부(多夫) 상황은 과연 어느 정도나 사실관계에 부합한 것일까? 여기서는 미실의 경우에 국한하여 이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는 미실의 남자관계는 물론이고 미실의 존재 자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인정된 사료를 기초로 할 때에는 미실의 이야기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단정하고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신라인 김대문이 지은 <화랑세기>를 베낀 것이라고 주장되는 책(약칭 '현존 <화랑세기>')이 1989년 및 1995년에 공개된 바 있고 그 책 속에 미실의 존재와 그의 남자관계가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존 <화랑세기>를 둘러싼 진위논쟁이 진행 중인 데다가 현재까지는 위작설이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현존 <화랑세기>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아직은 유보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현존 <화랑세기>가 안고 있는 이 같은 한계를 염두에 두고 미실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미실, 진위 논란 있는 <화랑세기>에만 등장현존 <화랑세기>의 제6세 풍월주 세종 편에 따르면, 진흥왕의 부인 쪽 조카였던 미실은 세종(독고영재 분)의 어머니인 지소태후(진흥왕의 어머니)가 마련한 며느리 선발대회에서 뽑힌 뒤에 세종의 눈에 들어 우여곡절을 거쳐 정식으로 그의 부인이 되었다. 미실이 세종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하종(제11세 풍월주, 김정현 분)이었다. 참고로, 진흥왕과 세종은 한 어머니를 두었지만 아버지는 서로 달랐다.
그런데 정식으로 세종의 부인이 되기 전부터 미실은 사다함이라는 화랑과도 사랑을 나누었다. 현존 <화랑세기>의 제5세 풍월주 사다함 편에서는, 문노(제8세 풍월주, 정호빈 분)의 무리인 사다함이 미실을 사모했고 미실 역시 그를 좋아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존 <화랑세기>의 제7세 풍월주 설원랑(혹은 설화랑, 전노민 분) 편에 따르면, 미실은 설원랑이라는 화랑과도 사통했고 이 관계에서 보종(제16세 풍월주, 백도빈 분)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그뿐만 아니라 미실은 진흥왕과 그의 아들인 동륜태자(진지왕의 형)와도 동시에 관계를 가졌다. 현존 <화랑세기>의 11세 풍월주 하종 편에서는 "대개 미실궁주는 세 왕을 차례로 섬겼다"(盖美室宮主歷事三朝)라고 했다. 이는 미실이 진흥왕·동륜태자 외에 진지왕·진평왕과도 관계를 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실과 위 3대의 관계가 그저 무도(無道)한 관계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위의 11세 풍월주 하종 편에 따르면, 진흥왕 부인의 추천을 통해 미실은 3대를 모실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었다. "황후가 이에 3대를 모시는 자리로서 미실을 황제에게 추천했다"(后乃以三代之席薦美室于帝)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점을 본다면, 미실이 3대와 관계를 맺는 것이 당시 궁중의 법도에 위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황후 요청으로 세 왕 섬긴 미실, 미실 권유로 부인 2명 둔 설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