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할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고, 술도 한잔 걸치고, 또 동무들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든 나이를 헌책방에서 즐깁니다.
최종규
<바퀴는 영원하다>(강명한,정우사,1992)라는 책이 보입니다. 예전에 이분이 쓴 <포니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책을 장만한 적 있습니다. 그때 생각이 나서 냉큼 뽑아듭니다.
.. 그러나 그 무렵에 자동차가 공해물질을 내뿜고 다니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당시의 우리 나라 도회지 규모는 서울, 평양, 부산을 제외하면 그리 크지 않아 걷거나 자전거로 충분히 일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위에 든 3대 도시에는 시내 전차가 있어 여간 편리하지가 않았다. 도회지에 나가 전차를 타 본 일이 있는 애들은 그것을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으시대며 자랑했다 .. (223쪽)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공장이 마찬가지입니다. 공장을 세우던 무렵, 정치꾼뿐 아니라 지식인 되는 분들 스스로도 공장이 얼마나 우리 삶터를 더럽히거나 어지럽히는 줄을 깨닫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비롯한 기계물질문명이 우리 삶터를 갉아먹고 있지만, 지식인이건 지성인이건 집집마다 자가용을 한두 대쯤 굴리고 있습니다. '큰집 빠른차'를 갖추고 갖가지 전기제품을 한가득 들여놓고 살아갑니다. 스스로 진보라 하건 보수라 하건, 스스로 좌파라 하건 우파라 하건.
진보라 하면 마땅히 자동차를 멀리해야 하고, 보수라 하여도 마땅히 자동차를 멀리해야 하는데. 좌파라 하여도 전기 먹는 제품을 되도록 덜 쓰고, 우파라 하여도 전기 먹는 제품은 웬만하면 안 써야 하는데.
왜 그럴까요. 왜 진보이든 보수이든 자동차를 멀리해야 할까요.
알겠습니까? 왜 좌파이든 우파이든 전기제품을 덜 쓰거나 안 써야 할까요.
우리 삶터를 아름답고 깨끗하고 슬기롭고 훌륭하게 고쳐 나가려는 마음이든, 우리 삶터를 아름답고 깨끗하고 슬기롭고 훌륭하게 지켜 나가려는 마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고치려' 하니까 자동차는 우리 삶터를 망가뜨리는 나쁜 녀석인 줄 깨닫게 됩니다. '지키려' 하니까 자동차만큼 우리 삶터를 어지럽히는 나쁜 녀석을 쓰면 안 좋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현대자동차나 대우자동차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닙'니다. 현대'자전거'나 대우'자전거'라는 회사라 했다면, 어김없는 노동자이지, 자동차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붙여 줄 수 없습니다. 군수제품을 만드는 사람한테도 똑같이 '노동자'이든 '일꾼'이든 하는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모르는 노릇인데, 사람들이 알아서든 몰라서이든 스스로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 하면서, 또 '좌파'도 '우파'도 싫다고 하면서 '중도'라고 외치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당신으로서는 자동차도 몰고 큰 아파트에서도 살고 갖은 전기제품도 마음껏 쓰고 싶으니, 어중이떠중이처럼 '가운데'에 있겠다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슬기롭고 올바른 길을 걸어야 할 텐데요.